[FTA타결]대선 정국 쟁점으로 부상

  • 입력 2007년 4월 2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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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찬반 논란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마침내 타결됐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마지막산인 국회 비준 전망이 현재로선 완전히 '시계(視界) 제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미 FTA 문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향후 정치권은 'FTA 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 돌입 시기가 각 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일정(8~9월)과 맞물려 있는 것도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범여권 진영은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맞서면서 지지부진한 통합 논의에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은 "비준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이번 기회에 한미 FTA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노무현 대통령과 확실하게 차별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한미 FTA 반대를 기치로 흐트러진 진보·개혁세력의 지지를 다시 모으고 현재의 수세국면을 반전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정동영·김근태, 두 전 의장이 FTA를 명분으로 탈당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범여권 후보로 분류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범여권내에서 또 다른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범여권내에서도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의 경우 한미 FTA 타결에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어 그의 우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중도개혁 성향 이미지에 호감을 가져온 시민사회 단체나 범여권 지지자들이 손 전 지사의 찬성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 협상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완전히 없던 일로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낮은 수준의 협상 체결 후 나머지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열린우리당내의 정·김·천 등과는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범 여권이 한미 FTA 찬반으로 나뉘면서 구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단순히 경제이슈가 아니라 보·혁 논쟁과 직결돼 있는데다 대미관계와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시각차까지 맞물려있는 문제"라며 "올해 대선 정국에서 범여권 구도 재편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FTA 소용돌이에서 범여권보다는 자유로울 전망이다.

당 지도부가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고, '빅2'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 역시 이번 타결 내용에 일부 문제점은 있지만,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적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치열한 경선전에서 FTA로 인해 양측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은 별반 없는 것이다.

이들의 이 같은 입장은 FTA가 대미 관계의 특수성과 맞물려 있는데다 자신들이 강조해온 경제도약 모델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크고, 특히 진보진영과 각을 세우면서 보수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호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속 의원 가운데 농촌 출신 의원들의 반대 기류는 만만치 않다.

농림해양수산위 위원장인 권오을 의원은 "체결되면 비준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소속 의원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선주자들도 당장의 입장 표명 보다는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현재의 '원칙적 찬성' 입장이 그대로 지속될 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타결 내용이 모호한 현 시점에서 주자들이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하루 이틀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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