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1>삼성전자…실전 1단을 키운다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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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의 삼성전자, 철강의 포스코, 정보통신의 SK텔레콤, 정유의 SK㈜, 유통의 신세계…. 한국 젊은이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업종별 취업 선호도 1위 기업입니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남모르게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동아일보 경제부는 ‘위크엔드 동아경제’ 섹션 신설에 맞춰 오늘부터 매주 토요일자에 ‘입사 선호 업종별 No.1’ 시리즈를 싣습니다. 각 채용정보업체의 조사 결과 업종별로 입사 선호도 1위로 나온 20개 기업을 심층 취재해 기업 경쟁력의 현 주소와 향후 과제, 조직 문화와 직장 생활의 애환을 철저하게 분석합니다. 현장기자들의 깊이 있는 취재를 거쳐 나올 이번 시리즈가 젊은 구직자들에게는 알찬 정보가 되고, 해당 기업에는 신선한 컨설팅 자료가 되길 기대합니다.》

■ ‘삼성전자스러움’을 아느냐?

삼성 명함이 여권보다 세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이 90%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래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우리는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며 강한 자부심을 보인다.

신입 사원들도 “삼성전자보다 연봉이 훨씬 센 한국 기업도 꽤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안에서 버는 ‘도메스틱(Domestic·국내)’ 회사 아니냐”고 말한다.

삼성전자에는 ‘삼성전자스러움’이 있다. 작은 업무도 철저히 챙기는 완벽주의, 혈연 학연 지연을 배격하는 실력주의, 후배보다 연봉이 적은 선배도 적지 않은 성과 중심 보수체계, 이중삼중의 보안 장치와 사내 감시 시스템.

그러나 완벽주의가 관료주의로 흐르면서 삼성전자의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 않는 완벽주의

삼성전자의 A 과장은 ‘9·11테러’가 일어난 다음 해인 2002년 유럽 출장을 떠났다. 살벌해진 입국 수속 중 그의 여권을 보던 출입국 공무원이 무뚝뚝하게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고 물었다.

“Samsung Electronics Company(삼성전자).”

이 대답을 들은 그 공무원은 곧바로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명함을 보여 달라”고 하더니 “나도 집에서 삼성 제품을 쓰는데 참 좋더라”며 반가워했다.

삼성전자 임직원 대부분은 A 과장처럼 여권보다 명함을 국제사회에서 더 인정받은 경험이 있다. 그 국제적 명성은 퇴직자들에게도 ‘친정’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심을 잃지 않게 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1999년 퇴사한 이모(43) 씨는 “외국계 회사로 직장을 옮겼는데 그곳에서도 ‘삼성전자 출신’임을 높게 평가해 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삼성스러운’ 회사로 평가받는다.

제당과 모직 사업에서 시작한 삼성 그룹의 대표적 특징은 ‘꼼꼼함(Attention to detail)’. 섬세한 기술과 세심한 관리 문화는 수백 개 공정에서 단 하나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반도체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완벽주의로 이어졌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작은 일을 할 줄 모르면 큰일도 잘할 수 없다”는 어록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강박관념처럼 자리 잡혀 있다.

한 팀장급 임원의 얘기.

“팀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팀 단합을 위해 같이 운동을 하면 어떨까’라고 가볍게 말한 적이 있다. 며칠 뒤 한 직원이 A4용지 10여 쪽 분량의 ‘팀 내 스포츠 활동 방안’이란 보고서를 들고 왔더라. ‘아차’ 싶었다.”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최근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해당 법인 인사들에게 “브리핑 자료를 만드는 데 30분 이상 쓰지 말라. 그건 해사(害社) 행위다”라고 강조한다.

2. 어디 출신이든 이기는 편이 우리편이다

삼성전자에는 특정한 ‘주류(main stream)’ 세력이 없다. 정부 부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교 마피아’ ‘○○대학 사단’ 같은 게 없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의 비등기 임원 755명의 최종 출신 학교를 보면 성균관대 출신이 53명(7.0%)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한양대 45명(6.0%), 서울대 43명(5.7%), 경북대 41명(5.4%), 한국과학기술원(박사) 31명(4.1%), 고려대 26명(3.4%) 순이다.

‘명문대’라는 이름이 삼성전자에서는 무색해진다.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야말로 철저한 실적주의다. 이름만 좋은 ‘태권도 공인 유단자’(명문대 출신)보다 사업 실적을 내는 ‘뒷골목 실전 1단’이 조직에는 더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어디 출신이든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란 논리다.

인사팀장과 경영혁신팀장을 지낸 김인수 구주총괄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DNA는 깨끗한 조직과 공평한 인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성과에 따른 보상’이란 원칙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가 나 다 라 마’ 5등급으로 직무 평가가 이뤄지며 그 성적에 따라 해마다 연봉이 달라진다. 최근 한 부서에서는 고과가 나쁜 한 차장의 계약 연봉이 400만 원 깎이고, 실적 좋은 후배 과장은 무려 1000만 원 이상 크게 올라서 선후배 간 ‘연봉 역전’이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계약 연봉은 상대적으로 박한 대신, 성과급을 후하게 주는 것도 실적주의 영향이다. 최대 연봉의 50%가 지급되는 이익분배금(PS·Profit Sharing)과 최고로 월평균 기본급의 300%까지 주는 생산성격려금(PI·Productivity Incentive)은 사업부 간에 상대적 박탈감을 낳기도 한다. 2002년 초 반도체와 무선사업부의 과장급 엔지니어들이 PS, PI, 특별상여금까지 포함해 각자 1억5000만 원을 몇 주일 사이에 받은 적도 있다.

3. ‘모자람만 못한 넘침’도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자신의 회사 e메일이 수시로 점검 당하고 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입사 3년차의 한 사원은 “공적(公的)인 e메일 시스템을 사적(私的)인 용도로 쓰지 말라는 뜻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는 지나친 보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연구개발(R&D)직인 30대 K 씨는 “출근할 때 검색대를 서너 번 통과해야 하고 휴대전화의 카메라 렌즈도 봉인한다. 너무 ‘보안, 보안’해서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용 부회장은 1996년 12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변화를 위해서는 타성, 고정관념, 형식주의, 권위주의를 헐어 버리고 유연한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오늘의 삼성을 이끌었지만 새로운 타성, 새로운 형식주의도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회사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이 교통 상황 때문에 몇 분 지각해도 “왜 8시까지 출근하지 않았느냐?”고 호통 치는 상사들이 있다.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의 회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5시 퇴근’ 원칙은 지켜지지 않기 일쑤다.

자신의 인사 고과를 좌지우지하는 회사 상사를 극진히 모시느라 외부 인사에게 결례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 전무급 임원은 “내가 외부 손님을 모시는 약속인데 부하 직원이 그 손님보다 내 사정만 먼저 챙겨 오히려 난처해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1위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는 간혹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 단지 1등에 대한 시기나 질투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삼성 내부에서도 점차 인식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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