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실물”… 묻지마 펀드 떴다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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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송승룡(36) 신사업추진팀장은 지난해 10월 운용사의 펀드매니저, 금광 개발업자 등과 함께 몽골의 사막인 ‘올로트노보트’을 찾았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비포장도로로 18시간을 차로 달려 도착한 곳은 개발이 한창인 A 금광이었다.

한국증권 윤성일 상무는 “금광의 채산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중 일반인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약 1000억 원 규모의 ‘금광 개발’ 펀드를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1월 선보인 ‘아시아퍼시픽부동산투자회사’(펀드)는 국내 최초로 실물에 투자하는 ‘블라인드(묻지 마) 펀드’다.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금을 모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펀드는 아시아 지역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만 공개했지만 약 4300억 원의 개인 자금이 몰렸다.

실물펀드가 본격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처음 유전 개발 펀드가 등장한 이후 올해엔 ‘금광 개발 펀드’ ‘산림 개발 펀드’에 이어 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까지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투자처를 주식이나 채권에서 부동산, 자원 등의 실물로 확대하면서 ‘대체 투자(alternative investment)’가 본격화한 때문이다.

한국투신운용이 지난해 11월 이틀간 개인을 대상으로 1200억 원 한도로 모집한 ‘해외유전 개발 펀드’에는 총 3874억 원이 몰리면서 평균 3.1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첫 자원 개발 펀드가 ‘흥행’에 성공하자 자원 개발 기업은 물론 금융권까지 나서 각종 자원 개발 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은 중국의 유연탄 개발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

또 한국투신운용은 유전 개발을 목표로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유전 개발 총투자액인 15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33%에 이르는 규모로 자원 개발은 물론 해외 자원 개발 기업의 인수합병(M&A)에도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산업자원부도 최근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해 유전 석탄 니켈 탄소 등 8대 광물 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에 투자하는 ‘광물 개발 1호 펀드’(2000억 원 규모)를 올해 6월 내놓기로 했다.

수많은 투자 대상 중 자원이 주요 타깃이 되는 이유는 원유, 광물, 원목 등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운용 김현전 상무는 “국내 금융업계의 대체 투자는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주식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져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던 운용업계 및 막대한 투자자금 조달이 시급했던 업계와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창업투자회사, 컨설팅회사까지 자원 개발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자원 개발은 성공하면 수익성이 높은 만큼 실패 확률도 높고 자금 회수 기간도 길어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전 개발이 실패할 확률은 탐사를 시작한 광구는 평균 85%, 개발에 들어간 광구도 40%에 이른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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