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또 뛰고… 시세표 보기 겁난다” 2차 원자재 대란?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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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과 니켈 등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축용 자재의 원료인 고철과 빌릿 등 주요 철금속 가격이 이미 2004년의 ‘원자재 대란(大亂)’ 수준을 넘어섰다. 니켈, 전기동 등 비철금속 가격도 3년 전보다 갑절로 올랐다.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 고유가에 이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또 다른 악재(惡材)’로 이어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Why?] 중동 러시아 인도 개발 붐… 세계 수요 팽창

15일 한국수입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수입고철 평균 가격은 t당 360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2월 평균가격이 280달러임을 감안하면 29%가 오른 셈이다.

철근 등 건축자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빌릿의 2월 평균가격 역시 t당 460달러로 3년 전 가격(445달러)을 이미 넘어섰으며 조선용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도 t당 545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전기동과 니켈 등 비철금속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용 강판과 가전제품에 쓰이는 니켈은 t당 4만1584달러로 3년 전 가격(1만5503달러)에 비해 168% 상승했으며 전기동과 알루미늄도 각각 102%와 66%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 원인은 중동의 ‘오일달러’가 중동뿐만 아니라 러시아, 인도 등으로 흘러들면서 거대한 ‘개발 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2004년 원자재 대란의 원인은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이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수요 팽창에 따른 것이다.

[How?] 원자재 확보 안간힘… 자동차 등 가격 인상 불가피

원자재를 수입해 1차 가공을 하는 철강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힘들기 때문.

특히 고철을 녹여 철강제품을 만드는 전기로 업체는 국내 고철 가격이 수입고철 가격을 따라 오르면서 ‘이중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고철 수급 시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철스크랩기획팀을 신설하고 본사 단일부서로 있던 원료구매팀을 인천, 포항, 당진 각 공장으로 확대하는 등 고철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도 스테인리스강의 주원료인 니켈 가격이 급등하자 당초 내년 말 준공 예정이던 광양제철소의 니켈제련공장의 준공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철강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못 이겨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원가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

국내 메이저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조선업체들은 이미 3년 뒤 일감을 수주해 놓은 상태여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미래 수익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선임연구위원은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철강업체들이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지만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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