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 한미약품, 증시선 1등 대접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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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의 1, 2위 업체인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의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이 12일 수십 년간 국내 제약업계의 선두 자리를 지켜 온 동아제약에 자사주(自社株) 맞교환 의사를 전달했다고 공개하면서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주가는 이틀 동안 각각 6.3%, 4.0% 올랐다. 두 회사 주가는 2003년 3월 2만 원대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13일 현재 종가는 한미약품이 12만5000원, 동아제약이 7만9500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국내 증시에서 동아제약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3배, 한미약품은 약 16배로 거래되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이 똑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동아제약보다는 한미약품 실적의 ‘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 선두인 동아제약이 ‘1등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다는 얘기도 된다.》

○ 한미는 처방약, 동아는 신약 강세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업계 20위권에 머물렀던 한미약품이 도약한 계기는 2000년 국내에 도입된 의약분업이었다.

한미약품은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전문의약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제네릭(카피약) 개발에 몰두했다.

실제로 2005년엔 국내 최대 처방약 중 하나인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첫 번째 제네릭을 내놓아 약 450억 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제훈 애널리스트는 “올해에도 국내 처방약 1위인 혈전 치료제 플라빅스(2006년 기준)를 비롯해 리덕틸(식욕 억제제) 등 시장성이 큰 약품을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라며 “제약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이 중국 의약품 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데다 처방약 판매에 주력한 덕분에 병원, 약국에 대한 영업력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제약은 뒤늦게 처방약 시장에 뛰어든 데다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박카스 판매가 점차 둔화되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또 부실한 자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권해순 애널리스트는 “동아제약은 위점막보호제인 스티렌과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로 좋은 실적을 낸 경험이 있다”며 “아토피 치료제, 천식 치료제 등이 2008년 시장에 나오면 신약 연구개발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영권 분쟁 중인 동아제약 넘보나’

증권업계에선 동아제약 부진의 원인을 강신호 회장과 그의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찾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1월 동아제약 주식 6.27%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동아제약에 약 300억 원어치(약 4%)의 자사주 맞교환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측은 “주식 맞교환 제의는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양사가 일정 지분을 교환해 소유하는 것이 상호 윈윈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이뤄졌다”며 “동아제약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한양정밀의 4% 지분을 포함할 경우 향후 동아제약의 경영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애널리스트는 “동아제약의 강 회장과 차남의 지분을 다 합치면 25%가 넘어 한미약품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한미약품과 동아제약은 각각 제네릭과 신약 개발에 강점이 있어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가장 큰 조합”이라고 분석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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