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19>대만 ‘포시플렉스’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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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플렉스는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경쟁 업체들과 달리 공장을 대만에 두고 대만인 숙련공을 고용했다. 비용은 더 들지만 품질을 높여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타이베이 본사에 위치한 제1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시플렉스
포시플렉스는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경쟁 업체들과 달리 공장을 대만에 두고 대만인 숙련공을 고용했다. 비용은 더 들지만 품질을 높여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타이베이 본사에 위치한 제1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시플렉스
대만 타이베이 외곽의 포시플렉스 제1공장.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m 정도 돼 보이는 정사각형 골판지 상자 안에 한국 돈으로 100만 원이 넘는 값비싼 판매시점정보관리(POS·Point of Sales) 단말기가 들어 있었다.

POS 단말기는 유통업체에서 물건을 판매하면서 실시간으로 재고 및 판매 현황 등을 관리하는 기계다. 이 비싼 기계를 들고 있던 포시플렉스의 영업부장 마수란(馬淑蘭·여) 씨는 주저 없이 손을 놓아버렸다. 1m 높이에서였다. 상자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포장이 돼 있다지만 무게가 10kg 가까이 나가는 무거운 기계였다. 망가지진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상자를 열었다. 안에서 꺼낸 검은색 기계는 멀쩡했다.

“1m에서 낙하시키는 실험을 1만 번 거친 포장기술입니다. 이 정도로 깨어지거나 망가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경쟁력의 비밀

종업원 250명의 작은 회사 포시플렉스는 1984년 개인용컴퓨터(PC) 조립업체로 출발했다.

하지만 창업자인 천마오창(陳茂强) 사장은 1991년 저가 경쟁에 시달리던 PC 사업을 접고 POS 시스템 개발로 업종을 바꿨다. 그리고는 PC 사업의 경쟁사였던 일본 후지쓰 공장을 견학한 뒤 공장 컨설팅을 부탁했다.

대만 공장은 ‘세계의 공장’을 자처했지만 효율은 일본 공장보다 뒤처졌다는 판단에서였다.

후지쓰는 포시플렉스 공장을 둘러보더니 ‘우선 청소부터 하라’고 충고했다. 전자제품의 적은 먼지와 정전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포시플렉스 공장에 들어가려면 모든 사람이 정전기 방지 신발덮개와 토시를 껴야 한다. 공장 바닥에는 먼지가 하나도 없다. 카메라 촬영도 금지된다. 생산 노하우를 유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공장 환경은 일본에서 배웠지만 운영 방식은 독창적으로 개발했다. 애프터서비스(AS)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는 일종의 기계용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ID 카드’가 붙는다. 이 카드에는 30여 가지로 세분된 항목표가 붙어 있는데 두 장을 만들어 하나는 기계와 함께 내보내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영구 보존한다.

이러다 보니 AS를 위해 돌아오는 기계의 문제점을 세분해 파악할 수 있었다. 기계가 깨어지지 않는 제품 포장법도 이 방법 덕분에 고안됐다.

POS 단말기의 운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모니터가 깨지는 문제였다. 경쟁사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시플렉스는 ID 카드를 분석하다가 액정표시장치(LCD)를 바닥으로 향하게 한 제품은 파손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이 회사는 포장 단계에서 LCD 방향을 아래로 하는 독특한 포장법을 고안했다. 그리고는 모든 제품을 1m 높이에서 1만 번씩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제품은 멀쩡했다. 마 부장은 “대기업은 절대 우리처럼 제품을 설계하지도, 생산하지도, 포장하지도, AS를 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못하는 일만 고르라

포시플렉스의 경쟁 상대는 미국 IBM과 NCR, 일본 후지쓰 등 대기업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시플렉스는 이들과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대기업이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동안 제품 고급화에 힘썼다.

대기업은 유통업체에서나 쓰는 POS 시스템을 고급스럽게 만들 이유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었다. 대기업이 한 일은 공장을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로 옮기고 하청 주문을 통해 대량 생산을 하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포시플렉스는 반대였다. 모든 공장을 대만에 짓고, 하청 제조라면 도가 튼 숙련된 근로자들만 고용했다. 그러자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불량률이 줄었고 고객의 신뢰가 높아졌다.

대량 생산도 포기했다. 이들은 ‘관리가 가능한 양’만 생산한다. 주력 제품인 POS 단말기 생산량이 월 8000대 정도다. 그 대신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 이 회사 제품에는 경쟁사 제품엔 없는 독특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를 내장한 POS 단말기다.

POS 시스템을 주문하는 유통업체는 정전으로 인한 판매 데이터 누락을 가장 두려워한다. 돈이 장부에서 사라져 애를 먹을 수도 있고, 종업원이 고의로 정전을 가장해 돈을 횡령하는 것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포시플렉스는 이를 막기 위해 UPS를 단말기 안에 내장시키고 전원을 끄는 스위치도 없애 단말기를 24시간 365일 켜져 있게 했다. 직원이 마음대로 데이터를 조작할 우려가 사라진 것이다.

또 환자가 POS 단말기를 이용해 간호사에게 필요한 의료용품을 주문하도록 하는 병원용 POS 단말기, 무선 기술을 이용한 POS 단말기 등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독특한 기능은 고객사의 환영을 받았다. 대만 최대의 일본계 백화점 체인 소고와 편의점 체인 OK스토어 등이 포시플렉스의 고객사가 됐다. 한국에서도 신세계백화점과 더페이스샵, 커피빈 등에서 이 회사의 제품을 볼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기자에게 만충(滿충) 총괄 부사장은 포시플렉스의 사훈(社訓)과 같은 글귀라며 종이에 글을 써서 내밀었다.

‘마작유소 오장구전(痲雀唯小 五臟俱全).’

‘참새는 비록 작지만 갖춰야 할 내장은 모두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 고품질 유지 비결은

확실한 보상… 숙련공 우대… ‘직장 대이동’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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