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현대중공업,첨단기술력으로 이념-정치의 벽 깨다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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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우리나라와 수교하지 않은 극소수의 국가(4개국) 중 하나다.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자유로운 왕래도 힘들다. 하지만 국가의 상징 중 하나인 쿠바 화폐에는 한국 제품이 당당하게 그려져 있다.

이 제품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 제품이 국가 전력난을 해소할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며 쿠바 무역 관례를 깨고 선수금까지 줘 가며 설비공사를 독려했다.

이념과 정치의 벽을 허문 이 제품은 바로 현대중공업이 만든 ‘이동식 발전설비(PPS)’다. PPS는 각종 발전설비들이 40피트 컨테이너에 모두 담겨 있어 설치와 이동이 쉽다. 값싼 중유를 사용해 경제성도 뛰어나다. 쿠바와 같이 송·배전설비가 열악한 지역에서는 도서지역이나 오지로 전력을 공급할 때 이 설비가 ‘안성맞춤’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설비 554기를 7억2000만 달러에 공급한다. 2008년 상반기까지 공급이 완료되면 총 전력생산능력이 1062MW에 달해 쿠바 전체 발전량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품은 쿠바뿐만 아니라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PPS와 같은 첨단 기술력으로 전 세계 22개국에서 글로벌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해양설비와 플랜트가 종합된 원유 및 가스 설비가 대표적인 예다. 원유대국인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지에 400여 명이 파견돼 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 진출도 활발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베이징(北京) 등에 건설장비 생산법인 3곳을 설립한 데 이어 중국 곳곳에 산업용 전기기기와 산업용 보일러 생산·판매 법인을 세우고 있다.

독보적인 세계 1위인 조선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영과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선박용 대형엔진의 약 35%를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은 1월 핀란드 바르질라사(社)와 공동으로 680억 원을 투자해 액화천연가스(LNG)선용 엔진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활발한 글로벌 경영은 수출로 이어진다. 올해 매출 목표가 15조2000억 원인 현대중공업은 매출의 85%를 수출을 통해 달성할 계획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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