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 이대론 안 된다…박찬모 - 김쌍수 특별대담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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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와 획일화에 바탕을 둔 과학기술 교육 및 정책이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에 주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윤리의식 등 인성(人性)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국이 ‘IT(정보기술)왕국’이 아니라 ‘IT망국’이 될 수 있고 이미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찬모(72) 포스텍(포항공대) 총장과 김쌍수(62) ㈜LG 부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가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박 총장은 1971년 재미(在美)한국과학기술자협회를 만들어 국내에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학자다. 또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LG그룹에서 부회장급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김 부회장은 과학기술 분야를 잘 아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이날 대담에서 박 총장과 김 부회장은 “과학기술 분야는 어떤 다른 분야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분야인데 현재 한국의 갖가지 제도는 평준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문제가 많다”고 우려했다.

박 총장은 “두뇌한국(BK)21 정책이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논문 수만 늘었지 실제적인 성과가 없었다”며 “과학기술은 집중적인 교육과 지원이 불가피하며 미국 일본 중국은 모두 이런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이나 국책연구원이 할 수밖에 없는 기초기술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길러 내기 위해서는 대학에 학생 선발 및 학사관리 권한을 대폭 넘겨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조선 철강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에 육박했다”면서 “이들 산업이 무너지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면 대부분 중산층인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총장과 김 부회장은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 인성 교육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박 총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 나가 보면 한국의 빗나간 IT 풍토에 대한 조롱 섞인 말을 종종 듣는다”면서 “표절 등 윤리도덕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도 “서로 협력했을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면서 “자기밖에 모르고 포용력이 없는 과학자가 되지 않도록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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