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벨소리도 디자인했다…프라다폰 어떻게 만들었을까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다 1호점에서 한 직원이 이번 주부터 일반에게 공개되는 LG전자와 프라다의 합작품인 프라다폰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다 1호점에서 한 직원이 이번 주부터 일반에게 공개되는 LG전자와 프라다의 합작품인 프라다폰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1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프라다 본사에서 자코모 오비디 프라다 부사장(왼쪽)과 마창민 LG전자 상무가 각각 프라다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1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프라다 본사에서 자코모 오비디 프라다 부사장(왼쪽)과 마창민 LG전자 상무가 각각 프라다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왜 프라다가 LG와 휴대전화를 만들어야 하죠?” 지난해 2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패션업체 프라다 본사. 마창민 LG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상무는 3시간을 기다린 끝에 처음 만난 프라다 임원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미 프라다는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 3, 4곳의 제안을 거절한 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LG전자는 휴대전화로는 처음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용한 프라다폰을 발표했다.》

5월에는 역시 프라다가 디자인한 블루투스 헤드셋과 함께 프라다폰이 한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15일(현지 시간) 프라다 본사에서 마 상무와 자코모 오비디 프라다 신규사업기획 담당 부사장에게서 프라다폰 개발 뒷얘기를 들어봤다.

○ 초고화질 LCD에 웬 흑백화면?

1년 전 마 상무는 휴대전화 개발 계획서를 들고 있었지만 3인치 크기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화면과 터치스크린 방식이라는 계획 외에는 백지 상태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프라다의 흥미를 자극했다.

“다른 휴대전화 업체들은 전화기를 다 만들어 와서는 겉모양만 디자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LG전자의 제안은 달랐습니다. ‘우리 한번 새 전화기를 함께 만들어 보자’는 식이었죠.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오비디 부사장)

삼성전자와 베르사체의 합작 등 전화기의 겉모양을 패션업체가 새롭게 디자인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큰 화면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만들어 프라다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싶었습니다. 기술적인 면은 LG전자가 해결할 테니 전화기 안을 디자인해 달라는 것이었죠.”(마 상무)

하지만 아날로그 기업인 프라다와 전자 및 정보기술(IT) 기업인 LG전자의 합작은 쉽지만은 않았다.

프라다가 흑백 화면을 고집했기 때문. 3인치 대형 초고화질 LCD를 흑백으로 채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라다는 LG전자도 놀랄 정도의 세련된 흑백 테마를 만들어 왔다. LG전자는 컬러 테마도 추가했지만 기본은 프라다의 흑백 테마로 결정됐다.

프라다는 또 전화기 화면 안의 아이콘과 폰트를 개발했고 패션쇼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세계적인 음향기술자들을 데려다 프라다폰 특유의 벨소리 등을 만들어 냈다.

○ 프라다, LCD 기술에 관심

프라다의 새 휴대전화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유별나다.

12∼1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의 LG전자 부스에는 프라다가 고용한 직원들이 프라다폰을 소개했다. 이들은 관람객이 만지고 간 프라다폰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프라다는 뉴욕과 런던, 파리 등 세계 20개 패션 매장에서 이번 주부터 프라다폰을 공개한다. 유럽 시장에 먼저 내놓는 이 휴대전화의 가격은 780달러(약 74만 원).

이러한 LG전자와 프라다의 합작은 새로운 제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오비디 부사장은 LG와 프라다는 서로의 장인정신과 혁신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LG전자와 프라다가 LCD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밝혔다.

밀라노=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패션의 공습’▼

아르마니→호텔, 베르사체→리조트
의류사업 벗어나 영역 확장 나서

패션 브랜드가 친숙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호텔과 리조트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패션업체인 돌체앤가바나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 특유의 금색과 은색 디자인을 살린 술집(바)을 열었다.

조르조 아르마니는 2008년에 밀라노와 두바이에 아르마니 스타일의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베르사체는 개인 소유의 비행기에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 주고 있으며 호주에는 이미 스파 리조트를 열었다. 두바이에도 리조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르조 아르마니 씨는 “조르조 아르마니라는 브랜드를 총체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나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프라다가 합작한 프라다폰에서 보듯 패션업체의 영역 확장은 휴대전화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모토로라의 레이저폰 이후 세계적인 히트 모델이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차기 히트작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자인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평준화된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보다는 감성적인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더 어필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휴대전화가 팔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역을 확장하는 패션업체도 고민은 있다.

자코모 오비디 프라다 부사장은 “패션 브랜드의 좋은 명성을 가지고 옷만 만들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대세”라면서도 “기존의 명품 가치를 지켜 가면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느냐가 모든 패션업체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밀라노=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