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대 못하는 현대차 전주공장, 도대체 무슨 일이…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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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7시 전북 완주군 봉동읍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문 앞. 근로자들이 퇴근을 시작하면서 공장은 어둠에 잠겼다. 여느 공장들처럼 야간 근무조의 출근은 볼 수 없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일반화된 2교대 근무를 이곳에서는 하지 않는다. 이 공장의 주력 생산차종인 버스는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생산설비와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연간 10만 대 생산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생산량은 5만 대에 머물고 있다.》

14일 현대차 전주공장이 주문을 받아놓고도 생산하지 못한 적체 물량은 5600대(버스 기준). 1995년 공장가동이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일손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뽑은 신입사원 700명은 출근하지 못한 채 대부분 집에서 놀고 있다.

생산 증대를 위해 버스 부문에 2교대 근무를 도입하자는 사측 제안이 근로자들의 반대로 10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공장은 납품 기일을 어겨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2교대 근무 도입 여부를 놓고 파벌 갈등을 벌이는 노조,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근로자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주문 폭주에도 2교대 못해

지난해 9월 현대차는 S사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버스 납기 지연에 따른 경영손실 책임을 귀사에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S사는 주문한 버스를 지난해 9월까지 인도받기로 했지만 올해 2월에야 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전주 공장은 가동 초기에만 해도 설비에 비해 주문이 적어 주간 근무만 했다. 2004년부터 주문이 늘어 적체 물량이 급증했다.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합작이 무산되면서 전주공장 노사에는 ‘상용차발전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때 노사는 ‘2006년 2교대, 7만 대 생산’ 계획을 담아 합의서를 만들었다.

노사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두 차례 2교대 근무에 합의했지만 합의안은 1월과 2월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 공장의 올해 생산계획은 7만 대지만 이미 생산차질이 1500대를 넘었다.

○ 노동자, “이대로가 좋다”

공장에서 만난 생산직 근로자 K 씨는 2교대 반대 이유에 대해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왜 바꿔”라고 말했다.

이는 주문 적체가 오히려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급여 체계와 관련이 있다. 전주공장의 평일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잔업을 하게 되면 보통 오후 7시에 퇴근한다.

토요일 근무는 특근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평일 정규 근무에 비해 시간당 임금이 50% 할증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시간당 200∼250%를 더 받는다.

근로자들은 평일에는 연장근무를 해도 시간당 임금은 50%만 할증된다. 이 때문에 평일 연장근무는 거의 하지 않는다.

현 근무체제를 지속하면 평일에는 이르게 퇴근해서 좋고, 토요일과 공휴일 특근으로는 평일보다 더 많은 임금을 챙길 수 있어서 좋다.

근로자들 사이에 ‘2교대 시행으로 주문 적체가 해소되면 마음대로 특근을 할 수 없고 이는 임금의 실질적인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된 이유다.

회사 측은 두 차례 노사합의안에서 월 4회 특근을 보장하고 1월 31일에는 사장 명의로 고용보장 각서까지 노조에 전달했다. 그러나 ‘주간 근무만 하고도 임금을 충분히 받는데 뭐 하러 바꾸나’는 인식은 여전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입사 13년차인 전주공장 생산직 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업계평균수준인 5481만 원.

○ 파벌 다툼도 걸림돌

12월 집행부 선거를 앞둔 전주공장 노조에는 크게 6개 파벌이 있으며 모두 울산공장 출신이 이끌고 있다. 강경파로는 동지회 민투위 자주회 등이 있고 희노회와 노연투는 온건파, 실노회는 중립으로 분류된다.

현 집행부는 실노회와 무소속 운동가들의 연합이다. 현대차 노조 전주본부장인 김명선 본부장과 온건파는 2교대 도입에 찬성하는 태도.

그러나 강경파가 인원이나 결속력에서 온건파와 집행부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2교대 근무 논란 속에서 강경 3개 파벌은 ‘2교대 반대 실천투쟁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도부를 공격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이미 “해외 투자를 막고 전주공장 생산을 늘리는 게 장기적 고용안정의 발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강경파는 “주야 2교대는 몸 망가지고 돈이 안 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전주=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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