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틀어 낯설게 하기 마그리트-광고 서로 통해”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코멘트
르네 마그리트 ‘심금’. ⓒADAGP,Paris,2006
르네 마그리트 ‘심금’. ⓒADAGP,Paris,2006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사물의 고립이나 충돌, 중첩 등으로 기발한 이미지를 창조해 냈다. 그의 작품은 철학적 사유로 평가받았으나 자신의 의도와 달리 본질을 넘어 이미지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나 영화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광고인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은 마그리트 작품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23일 서울시립미술관에는 마그리트전을 관람하기 위해 제일기획 신입사원 29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마그리트 작품의 독창성과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일상을 소재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광고와 서로 통한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담배 향수 자동차 등 여러 광고 포스터를 작업하면서도 광고를 싫어했던 마그리트는 정작 이런 소감을 들으면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와인잔 위에 하얀 뭉게구름을 덩그러니 얹어 솜덩어리처럼 표현한 작품 ‘심금’. 방현영(24) 씨는 작가의 엉뚱한 발상에서 카푸치노의 거품을 컵으로 떠다 마시는 구름처럼 묘사한 커피 광고를 연상할 수 있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방 씨는 또 마시는 커피를 전혀 동떨어진 하늘과 구름에 빗댈 수 있는 힘은 논리와 이성을 넘어선 무의식적 상상력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시공간개념을 파괴하는 광고적 상상력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박은지(25) 씨는 ‘진실의 추구’라는 작품을 보고 1990년대 물고기가 등장해 충격을 줬던 닉스 청바지 광고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콘셉트를 설명하려 하기 보다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이질적인 소재로 강렬한 이미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흡사하다는 것.

‘회귀’에 매료된 이대규(27) 씨는 비상하는 새에 들어 있는 파란 하늘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잘 어울리며 기업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최성민(28) 씨도 같은 작품을 보고 “두 세계를 하나의 화폭에 담아 새의 스토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며 “사연을 응축시키면 광고적 위트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익숙한 것들을 결합해 낯선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은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기호와 들어맞는다.”(박용환 씨·32) “일상적 소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 곧 작가의 크리에이티브다”(전하영 씨·24) 등 다양한 평이 이어졌다.

마그리트전에는 개막 한 달여 만에 10만 명이 다녀갔다. 전시는 4월 1일까지, 주말엔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02-332-8182

허 엽 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