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금감원 또 ‘밥그릇 싸움’?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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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가 조직 확대의 근거로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보고서가 최종본이 아닌 중간본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위 부서를 1개 늘리는 방안은 2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금감위의 증원(增員)에 반대하는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부서 신설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해 행자부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조직개편 논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한 보고서라서 제출한 것”이라며 “고의로 최종본 대신 중간본을 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 인력 운용 관련 내용 담겨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보고서는 대통령 직속 정부지방혁신분권위원회가 2004년 8월 13일 최종 작성한 ‘금융감독 운영체제 혁신방안’이다.

이 보고서가 문제가 된 것은 이렇다.

정부 부처 조직 개편을 주관하는 행자부는 지난해 말 금감위 사무국에 정원 4명의 복합금융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방침이 알려진 직후 금감원 노조는 “혁신위 보고서에 따라 금감위 사무국 인원을 동결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인원을 늘리는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행자부는 금감위 증원 문제를 보류하고 이달 중순경 금감위 측에 인력 운용 관련 내용을 담은 혁신위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위는 “혁신위를 통해 구했다”며 행자부에 보고서 한 편을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가 금융감독 운영체제 혁신방안 최종본이 아닌 중간본이었던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보고서를 받을 때는 최종본인지 중간본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 혁신위 보고서, 중간본 vs 최종본

비교

금감위가 제출한 중간본에는 ‘현행 금감위 및 금감원 인력, 조직, 업무 수행 방식을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해 개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반면 보고서 최종본에는 ‘금감위 사무국 인원은 현행 수준 유지’라는 문구만 있을 뿐 금감원 인력에 대한 언급은 없다.

중간본의 문구는 금감위와 금감원 인력을 같은 비율로 유지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위 측의 주장이고 행자부도 이 점에 일부 동의했다.

금감원이 2005년 말 이미 40명을 증원했기 때문에 금감위도 인원을 늘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방침이 정리됐다는 것이다.

또 중간본에는 ‘금감위가 금감원을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 사항이 담겨 있지만 최종본에는 없다.

금감위 측은 “2004년 8월 혁신위가 발표한 보도 자료에 명시된 ‘금감위 사무국 인원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데는 최종본보다 중간본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금감위-금감원 업무 많이 겹쳐

금감위에 신설되는 복합금융과는 전자금융 및 파생상품 감독 업무, 거시감독 업무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미 금감원에 설치돼 있는 복합금융실 업무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통합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금감위와 금감원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계 일각에서 나온다.

금감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감독 당국도 조직 개편을 통해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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