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손끝을 지배하는 자. 시장을 지배한다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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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 마케팅

최근 자동차와 전자·정보기술(IT) 업계가 고객의 손끝을 만족시키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디자인 가격 기능 등 1차적인 구매요인이 비슷할 때 손끝의 촉감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고급 브랜드일수록 각종 스위치와 버튼, 문, 뚜껑 등을 작동하거나 여닫을 때 느껴지는 촉감을 마케팅 승부처로 삼고 있다.》

■부드럽게

자동차 오디오버튼 창문스위치 등 “손을 즐겁게”

벤츠는 지난해 내놓은 ‘뉴 S클래스’의 각종 스위치에 알루미늄을 입히고 ‘쫄깃한’ 느낌이 들도록 작동감을 향상시켜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BMW의 ‘i-Drive’ 다이얼은 촉감 기술이 집약된 대표적인 사례다. 운전하면서 손가락 근육과 촉감만으로 700여 가지의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렉서스의 대형차 ‘LS460’의 경우 앞좌석 중간 사물함 덮개의 부드러운 작동을 감성 품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촉감 디자인은 벤츠 BMW 렉서스 등 고급차에는 더욱 핵심적인 부분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도 2004년 의장설계팀에 제품의 감성을 연구하는 통합상품성연구그룹을 만들었다. 연구소 측은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품질에 대해 혹평을 받던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차의 기본적인 성능뿐만 아니라 감성 품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통합상품성연구그룹은 오디오 및 온도조절장치의 버튼과 창문 스위치, 실내 문열림 손잡이 등의 작동감과 촉감을 향상시켜 ‘손이 즐거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을 쏟아 부었다. 햅틱스(Haptics·촉감 기술) 전문가에게도 자문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라크루즈’에 그동안 축적한 촉감 기술을 적용한 결과 수입 고급차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햅틱스의 권위자인 권동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간로봇상호작용 연구센터 소장은 “자동차 회사 등으로부터 뛰어난 작동감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 제의를 받았다”며 “촉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연구 분야는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촉촉하게

전자제품 초콜릿폰 등 “그녀의 속살처럼”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LG전자의 ‘초콜릿폰’은 촉감 디자인의 대표적 작품이다. 사용자가 살짝 건드리면 터치패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켜진다. 손끝으로 느끼는 세련감이라고나 할까. 이런 감촉이 여성 고객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LG전자 측은 밝혔다.

촉감 디자인은 첨단 디지털 기기와 인간의 감성이 융합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디자이너인 잔니 베르사체와 공동 디자인한 ‘베르수스폰’은 휴대전화 앞면에 가죽 소재를 사용했다. 프리미엄 휴대전화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디자인 혁명 선언 10주년’을 맞아 금형(金型) 기술 인프라 강화 등 4대 디자인 전략을 발표하고 가전연구소 금형디자인그룹을 신설하기도 했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지로그형 디자인에 역점을 두기 위한 조치다.

팬택계열의 ‘붐붐폰’은 터치 센서로 메뉴를 누르면 경쾌한 ‘붐붐’ 소리가 나면서 손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됐다. 촉감에 청감(聽感), 나아가 재미까지 가미한 오감 만족형 제품이라고 팬택 측은 설명한다.

이런 촉감 경쟁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욱 치열하다.

소니의 노트북 ‘바이오 C 시리즈’는 손목 받침대 부분을 골프공처럼 잔물결무늬 형태로 만들어 편의성과 세련미를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 노트북이라는 별칭이 붙은 소니의 ‘바이오 SZ’ 노트북은 손목 받침대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양정민 주임연구원은 “시각 디자인만으로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없다. 촉감 청감까지 충족시켜야 진정한 감성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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