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에 별도 당근 제공” 비자금 수사중 진술 단초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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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어떻게 알았나

울산지검이 16일 현대자동차 노조 이헌구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낸 데에는 지난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단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대검 중수부는 1300여억 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정몽구(69) 회장을 구속한 뒤 비자금 용처 수사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파업을 조기에 타결하기 위해 매년 파업 때마다 노조원들에 대한 격려비, 회식비 등 외에 노조 간부 등에겐 별도로 ‘당근’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광범위하게 자금 추적을 해 왔고, 현대차 노조는 물론 기아차 노조의 전직 간부가 회사 측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울산지검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부터 이 씨의 계좌를 추적해 거액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어떤 성격의 돈인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내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대검 중수부에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첩보를 울산지검에 넘겨줬고, 이 씨가 회사 측에서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검 중수부는 울산지검 외에 또 다른 일선 검찰청에 기아차 노조 간부가 회사 측에서 거액을 받았다는 첩보를 넘겨 현재 내사가 진행 중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2억 받은 혐의 이헌구 씨는

91년 ‘5개월 위원장’… 2001년 재당선

“검은돈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현대차 노조 간부들의 취업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때인 2005년 4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당시 이헌구(사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결백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 씨가 현대차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할 때 취업비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데다 이 씨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수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돼 회사 측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씨의 해명은 검찰의 수사로 1년 10개월 만에 거짓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물론 노동계에서 신망이 두텁던 인물이다. 1986년 12월 현대차에 입사한 이 씨는 1991년 9월 3대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성과급 투쟁을 벌이다 검찰에 구속돼 5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2001년 10월 10대 노조위원장에 다시 당선된 이 씨는 같은 해 11월 29일부터 20일간 파업을 주도했다. 2002년에는 임금협상과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 13일간 파업을 벌였으며, 2003년에는 임·단협 과정에서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25일간 각각 파업을 벌였다. 이 시기에 이 씨는 회사 측에서 ‘파업 조기 해결’ 부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았다.

노조위원장을 그만둔 2004년 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을 맡아 연대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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