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의 자동차이야기]고속도 제한속도 높이면…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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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평균 속도를 측정해 속도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구간단속’이 도입된다고 합니다. 고정식 단속 카메라와는 달리 주행 평균속도를 억제하는 강력한 대책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2005년 여야 의원 26명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120km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고속도로의 설계속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자동차의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는 게 이유입니다. 제한속도를 합리적으로 높이면 교통사고는 늘지 않는다는 보고도 인용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제한속도 상향에 따라 사고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나온 연구논문들에 따르면 자동차의 평균 주행속도가 1% 높아지면 사고율은 2∼4%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제한속도를 낮게 잡을 수는 없습니다. 도로 상황과 자동차의 평균 성능에 비해 제한속도가 비현실적으로 낮으면 어떻게 될까요.

위반하는 차량의 속도는 줄지 않고 법규를 준수하는 차량의 속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각 차량의 상대속도 차이가 커져서 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도로의 효율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제한속도는 교통량과 자동차의 기계적인 성능, 도로의 설계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됩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120km까지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산술적인 계산에서 운전자라는 변수가 빠져 있습니다. 속도가 높은 차량이 뒤에 다가오는 것은 아랑곳없이 추월로인 1차로에서 비켜 주지 않거나 달려오는 차량의 속도를 감안하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운전자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독일에 속도 무제한 도로 아우토반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도로 사정도 좋지만 속도가 높은 차량에 무조건 양보하는 ‘추월의 법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기 때문입니다.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고속도로는 누구나 바라지만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우리 운전자 스스로가 그 가능성을 막는 장애요인이 된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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