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광풍, 다세대로…빌라로…“지하 쪽방이 5억5000만원”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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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기’ 조심하세요 아파트와 토지에 대한 규제 강화로 시중자금이 재개발 재건축을 노린 다세대주택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렵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묻지마 투기’ 조심하세요
아파트와 토지에 대한 규제 강화로 시중자금이 재개발 재건축을 노린 다세대주택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렵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아파트 토지 묶자 시중자금 대거 몰려

“‘실평수’ 물으면 촌놈 취급받아요. 여기선 (대지) 지분으로만 따져요. 최소한 평당 6000(만 원)은 생각하셔야 돼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초인데도 40, 50대 여성들로 빼곡했다. 주로 다세대주택이나 빌라를 사고판다.

중개업소 사장이 거침없이 말했다. “재개발이 안 되면 단독주택 재건축이라도 할 거예요. 대로변은 상업지역으로 바뀌면 초고층 주상복합도 가능할 거고, 안쪽도 종별 주거지역 지정 변경을 추진 중이에요.”

재개발·재건축조합 설립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은 이 일대는 대지 지분 8평(건평 14평) 남짓한 반(半)지하 다세대주택 시세가 5억5000만 원에 이른다. 평당 가격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인근 ‘아이파크’와 비슷하다.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아파트와 토지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다세대주택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뉴타운 등 낙후지역 개발계획에 편승한 ‘묻지 마 투자’나 ‘치고 빠지기 식’ 매매도 성행하고 있다.

○ 서울 강남권 다세대 한 달 새 4000만 원 오르기도

다세대주택은 가구마다 개별등기가 돼 있어 상대적으로 구입 비용이 낮고 대지 지분에 따른 가격 산정이 쉬워 투기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은 최근 1년 새 집값이 2배로 뛴 곳도 적지 않다.

강남구 포이동 일대는 작년 초 1200만∼1500만 원이던 평당 지분가격이 지금은 3000만 원 이상이다. 강남구 논현동의 지분 8.4평짜리 다세대주택은 최근 한 달간 4000만 원 오른 2억5000만 원(건물 전체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 성남시도 재개발 재료 덕에 평당 1800만 원씩 하는데 강남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라며 “그나마 매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은 지자체의 개발계획과 함께 세제(稅制)의 허점을 이용한 ‘단타 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균형발전촉진지구인 마포구 합정동 일대는 해당 지구 밖에 있는 다세대주택이 대량 거래되고 있다. 4차 뉴타운으로 확대 지정될 것이라는 풍문 때문이다. 은평구 증산동은 “대형 건설사가 둘러보고 갔다”는 소문만으로도 지난해 10월 이후 값이 20% 이상 뛰었다.

합정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분 4.5평짜리 반지하 다세대주택이 9500만 원 정도인데 공시가격은 1억 원이 안 된다”며 “1가구 2주택자가 돼도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 지자체-건설사 “당분간 개발계획 없다”

다세대주택 투자 광풍이 몰아치는 곳은 지자체나 건설사의 개발계획이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04년 마련된 재개발 기본계획에서 빠져 있는 곳은 당분간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병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재개발 기본계획이 2010년까지로 돼 있어 그 전에는 일반 재개발구역 지정이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동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서는 시행사가 모 건설사와 재건축 도급계약을 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지만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건설사 측은 “사업성이 없는 곳인데도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일축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정부가 아파트와 땅을 규제하면서 막연한 개발기대나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시중자금이 일시에 쏠리고 있다”며 “정부대책의 허점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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