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은 한 씨는 잠들기 전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한 ‘의식’을 갖는다. 아로마향을 피워 놓고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거나 피톤치드향을 뿌려 집 안 삼림욕을 즐긴다. 근무 중 점심 때 짬이 되면 근처 인사동 ‘명상 카페’에 들러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한 씨는 “자동차 매연, 업무 스트레스, 도심 공해에 찌든 내 몸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며 “도심 속에서나마 자연과 여유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번 몽크(Urban Monk)’가 새로운 참살이족(族)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몸속의 독소를 빼 주는 제품 등 관련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 어번 몽크…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 박수경 소장은 “참살이를 추구하며 자연적인 삶을 지향하지만 도시를 벗어나서 살 수는 없는 사람들, 도시에 살면서도 내면의 여유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 이를 병행하는 사람들이 어번 몽크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참살이를 위해서는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바쁜 업무 등 삶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는 ‘욕심쟁이’ 참살이족을 어번 몽크라고 분석했다.
하루에 담배 반 갑을 피우는 회사원 양모(28·여) 씨. 흡연이 피부 노화(老化)를 촉진한다고 해서 비싼 수분 크림을 사 바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전문적으로 피부 관리도 받는다.
양 씨는 “흡연이 건강에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돼 쉽게 끊지 못한다”며 “그래서 남들보다 피부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에서 일하는 김영진(32) 대리는 주말이 되면 단식을 하며 운동에 전념한다. 김 씨는 “주중에는 술자리가 많아 항상 과식을 하고 운동할 시간이 없다”며 “주말만이라도 몸을 비우기 위해 소식을 하면서 운동한다”고 말했다.
○ 어번 몽크족 겨낭 디톡스제품 잇달아 출시
도심 속에 늘고 있는 스파, 요가원, 명상센터 등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최근 서울 강남, 인사동 등을 중심으로 도심 속에서 정신 수련을 할 수 있는 명상센터와 수련원이 늘고 있다. 일상 속에서 가볍게 명상을 접할 수 있는 명상카페도 속속 생기고 있다.
세도나 요가명상센터 이희경 원장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오는 직장인부터 초등학생까지 명상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속 스파를 찾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스킨앤스파 송재영 기획홍보팀장은 “연말에 술 마시고 아침 일찍 스파를 찾아 피로를 푸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몸속의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톡스’ 제품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항균, 항오염, 항먼지 기능이 있는 디톡스 보디 제품 ‘비욘드 데톡스 라인’을 내놓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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