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 고운 대형주… 먹어 보니 불량주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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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TV에서 각종 시상식을 하는 것처럼, 증시에서도 투자자별 성적표를 발표한다.

개인, 기관, 외국인 가운데 누가 제일 투자를 잘했나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어김없이 개인투자자는 항상 세 투자주체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표를 손에 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2006년 투자주체별 성적표에서 개인투자자는 역시 꼴찌를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기아자동차, LG전자, 현대자동차, 삼성SDI 등. 기관이나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에 대부분 편입되는 대형 우량주들이다. 개인들은 이처럼 대형우량주에 집중 투자하고도 올해 재미를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주가하락 분석 않고 대기업 환상만 갖고 투자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의 본질’을 보지 않고 주가만 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낙폭 과대 우량주’에 대해 근거 없는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개인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대부분 ‘낙폭 과대 우량주’다. 이들 종목은 모두 굴지의 대기업으로 통상 ‘우량 대형주’로 분류된다. 또 올해 여러 사정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개인이 이런 종목을 접하면서 비슷한 오류에 빠진다.

“어, 지난해에는 10만 원 하던 게 지금 5만 원이네”라며 이 종목에 대해 ‘굉장히 싸다’고 생각한다. 정작 왜 주가가 하락했는지를 분석하지 않고 덥석 주식을 사 버린다. 기업의 본질인 실적을 보지 않고 순전히 주가만으로 ‘싸다, 비싸다’를 판단하는 것. 또 개인투자자들은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종목이 우량주일 것이라는 잘못된 환상을 갖는다.

○주가 싸도 기업가치 하락 땐 저가매수 아니다

개인투자자 올해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주가 등락률
종목주가 등락률(%)
기아자동차 ―49.15
LG전자―37.07
현대자동차―29.6
하이닉스반도체2.41
삼성SDI ―43.26
국민은행―3.01
글로비스―51.58
삼성중공업23.94
LG상사―20.03
한화2.94
자료: 증권선물거래소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런 투자 방식을 잘못된 투자라고 꼬집는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가치투자 방식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단순히 주가가 낮은 종목이 아니라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종목을 고르는 것이 제대로 된 저가 매수 전략”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가치가 훌륭하다면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 이 전무는 기업 가치가 훌륭하다면 주가가 떨어질 때 계속해서 추가로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낙폭 과대 우량주’를 사들이는 것은 이런 저가 매수와는 전혀 다른 투자다.

올해 개인 순매수 1위에 오른 기아차는 순이익이 46.8%나 감소했다. LG전자는 순이익이 아예 20분의 1토막이 났다. 현대차와 삼성SDI도 순이익이 각각 30%, 60%가량 줄었다.

표면상 주가는 싸졌지만 실제 기업가치와 주가를 비교하면 전혀 싼 게 아니라는 것.

전문가들은 기업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하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잘 보지 못하고 막연히 ‘언젠가는 회복되겠지’ 하는 기대를 갖는다고 말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아무리 대형주라도 제대로 된 기업 분석이 없다면 ‘우량주’로 부를 근거가 없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낙폭 과대 우량주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기업 분석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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