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단골메뉴 ‘반값 아파트’ 이번엔 될까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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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달 29일 당론으로 채택한 ‘반값 아파트’ 공급 법안은 과연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을까.

시민단체와 부동산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사실 정치권의 아파트 반값 공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한 번도 실제 정책으로 펼쳐져 검증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 정치권의 ‘단골 메뉴’

1992년 대통령선거 때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아파트 반값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계산법은 간단했다. △한국토지공사가 챙기는 토지개발 이익에서 30% △각종 인허가 관련 로비에 드는 비용에서 15% △원가절감과 공기(工期) 단축으로 10%를 절감하면 55%의 분양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정 후보는 자신이 직접 아파트를 지어 공급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공약을 내놓았다고 강조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객관적 검증을 받기보다는 정치 공방의 소재로 전락했다. 대선 패배 후 반값 아파트 논의는 쑥 들어갔다.

이후에도 정치권의 아파트값 대폭 인하 공약은 이어졌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2년 대선 때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아파트 분양가를 30% 이상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달 21일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강연에서 “국가는 새로 출발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어느 시점까지는 집을 공급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젊은 부부들에게 집 한 채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노하우이므로 지금은 전략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 실현 가능성은 논란

과거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과 달리 이번에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지임대부(附) 분양주택법안’에 대해서는 여당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구체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안의 핵심은 건물만 개인 소유권을 인정하고 택지는 공공기관이 임대 형태로 제공해 분양가를 대폭 낮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한나라당의 당론 채택 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수용한 땅은 팔지 말고 모두 공영 개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국민주택기금과 국민연금 등을 활용하면 큰 문제 없이 지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환 서강대(경제학) 교수는 “도시 지역에는 가용(可用) 토지가 거의 없어서 반값 아파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반값 아파트 공급과 기존 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시장 안정은 별개”라고 말했다.

서승환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국유지가 적은 한국에서 반값 아파트를 지으려면 새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영구임대주택을 활성화하고 임대보증금 지원 폭을 확대하는 등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토지와 주택 소유에 대한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도 “30평형대 아파트에서 각 가구의 대지 지분은 7, 8평에 불과한 데다 그 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다”며 “국민이 토지개발 이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굳이 소유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반값 아파트 법안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문제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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