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올랐나요? 증시 무덤덤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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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3일 16년 만에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증시 반응은 차분했다. 지급준비율 인상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증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3일 증시에선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준율 인상 소식이 시장에 전해진 오전 10시 20분경부터 주가가 오히려 오르기 시작해 10시 46분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최고치(1,423.33)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코스피지수는 3.31포인트(0.23%) 내린 1,419.2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3.21포인트(0.52%) 오른 618.08로 장을 마쳤다. 증권시장은 지준율 인상이 증시에 큰 재료가 못 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은행들 대부분 주가하락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업종은 은행이었다.

지준율 인상으로 지급준비금을 높이려면 은행은 결국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은행주는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0.14%와 1.52% 떨어졌고 부산은행(―2.55%)과 대구은행(―1.26%), 전북은행(―0.86%) 등 지방 은행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지준율 인상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이 아닌 증시 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증권주는 올랐다. 삼성증권(0.93%)과 한국금융지주(2.51%) 현대증권(0.78%) 우리투자증권(0.25%) 등이 모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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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상 이후 나타나는 현상

증시 전문가들은 지준율 인상이 내수주와 건설주에 어느 정도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지준율을 올리는 것은 결국 금리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또 이번 조치가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종에 특히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악재이긴 하지만 그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부사장은 “최근에도 변액보험과 국민연금 등을 통해 증시에 꾸준히 자금이 공급되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이라면 몰라도 지준율 인상 정도로는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해석을 반영하듯 이날 건설업종지수는 지준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오히려 0.55% 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경제, 특히 부동산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부동산 가격이 연착륙하면 증시로서는 다행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 가격이 큰 충격 없이 연착륙하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릴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다면 오히려 전체 자산시장이 흔들리면서 증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1990년 이후 한국 증시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때 함께 부진한 적이 많았다”며 “부동산 가격이 연착륙이 아니라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증시로서도 호재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 정부 의지와 달리 부동산 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한은이 금리 인상의 카드를 꺼내들 수 있어 이 역시 증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CJ투자증권 김선태 연구원은 “이번 조치 이후에도 주택시장의 투기 심리가 잡히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후반쯤 금리를 올리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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