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돈을 깨워라"…금융회사 휴면예금 1조 원 육박

  • 입력 2006년 10월 31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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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돈을 깨워라.'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예금이 1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월급 통장을 바꾸면서 그대로 놔둔 예금, 연습 삼아 주식투자를 해보려다가 게을러서 방치한 계좌 등이 대부분이다.

그냥 금융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별로 아깝지 않겠지만, 사실 이 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자신 앞에 얼마나 많은 휴면예금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고, 운동 삼아 가까운 지점을 한 번만 방문하면 그날의 점심 값쯤은 가뿐히 해결된다.

금융기관들도 계좌 관리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환급에 적극적이다.

●휴면예금의 기준은?

은행에서 휴면예금이라고 하면 통상 최근 5년 이상 아무런 거래가 없는 계좌를 말한다.

이런 계좌의 잔액은 '채권은 5년 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는 상법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은행돈이 된다. 고객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해도 은행이 이를 들어줄 법적인 의무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부분 고객과의 '신의 원칙'에 따라 5년이 지나더라도 관행적으로 이 돈은 반환해주고 있다.

보험사에도 휴면보험금이 있다.

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 효력이 없어지면 해약환급금이 나오는데 이것을 2년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으면 휴면보험금이 된다. 물론 휴면보험금의 70% 이상은 1만 원 이하의 소액이 대부분.

증권사들도 6개월 동안 매매나 인출이 없으면서 잔고가 10만 원 이하인 휴면계좌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어떻게 찾나

우선 인터넷으로 자기가 찾을 수 있는 휴면예금이 어느 금융기관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은행권과 보험권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 휴면계좌 통합조회시스템(www.sleepmoney.or.kr)에서는 국내 은행과 우체국, 보험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휴면 예금과 보험금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단 증권사의 휴면계좌는 여기서 조회가 불가능하다.

휴면 예금이 있을 경우 신분증을 들고 해당 금융기관의 가까운 지점을 방문하면 바로 예금을 찾을 수 있다. 단, 1998년 1월1일 이전부터 거래가 중지된 계좌를 갖고 있으면 해당 예금 통장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휴면보험금은 해당 보험회사의 콜센터에 전화만 해도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전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자신이 원하는 은행 계좌로 이체가 가능하다.

증권사의 경우 아직 통합조회시스템은 없다. 대신 거래하던 증권회사의 가까운 지점을 방문하면 휴면계좌의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출금도 가능하다.

●남을 돕는 일에 쓸 수도

이마저도 귀찮다면 그냥 놔두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국회에는 휴면예금 활용에 관한 3개의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고객들의 '자투리 돈'을 마이크로크레딧(빈곤층 소액 대출)이나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기금 조성 등 의미 있는 일에 쓰자는 것.

최근 휴면예금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져 법률안도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고객들은 '좋은 일 하자는데 내 돈을 써도 좋다'는 동의만 해주면 된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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