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국방부 제동에 210만평 축소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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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이 26일 공식 발표됐다. 당초 예상대로 인천 검단신도시를 새로 만들고 기존의 경기 파주신도시는 규모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검단신도시 개발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두 신도시에는 총 8만4000여 채의 주택이 공급된다. 2009년 12월부터 분양이 시작되고 2012년 1월부터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옳지만 이 정도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특히 강남지역 집값 안정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익은 신도시 계획을 밝힌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적절하지 않은 처신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친환경 자족도시로 개발

검단신도시와 파주신도시는 양호한 주거 여건을 갖춘 친환경 자족도시로 개발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검단신도시에는 아파트 4만9700채와 단독주택 3300채, 연립주택 3000채 등 총 5만6000채의 주택이 지어져 15만 명을 수용한다. 첫 분양은 2009년 12월 예정.

검단신도시의 계획 인구밀도는 ha당 133명으로 경기 분당(198명), 일산(176명) 등 기존 신도시보다 여유가 있다. 정부는 검단신도시 주변에 10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녹지를 3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원당∼경명로 도로와 김포∼원당 도로가 신설된다. 또 인천지하철 1호선도 연장되며 지하철 2호선은 검단신도시를 경유하도록 계획이 바뀐다.

파주신도시에 새로 편입될 운정3지구에는 아파트 2만5700채, 단독주택 2270채, 연립주택 500채 등 모두 2만8470채가 들어서 7만6869명을 수용한다. 첫 분양은 2010년 3월 예정. 운정3지구에는 LG필립스LCD 관련 기업을 위한 ‘복합지원 단지’가 조성되고 통일 관련 연구소 및 공공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제2자유로 등 간선도로 52.5km가 신설되거나 연장된다.

○ 검단신도시 규모 왜 줄었나

검단신도시는 당초 548만 평 규모로 예상됐지만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210만 평 가까이 줄었다. 국방부가 90여만 평의 군사보호구역을 비롯해 군사작전구역, 군사제한구역 등을 신도시 터에 포함시키는 데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 검단신도시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정부가 8·31대책 때 “1500만 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공공택지는 아직 406만 평이 남았다. 이에 따라 건교부가 내년 상반기(1∼6월)에 발표하겠다고 한 분당신도시(594만 평)만 한 추가 신도시가 어디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지로는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경기 과천∼안양의 청계산 주변과 성남시 서울공항, 하남시, 광주시, 남양주시 등. 다만 이곳은 국방부, 환경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주변인 경기 포천시와 이천시 등도 추가 후보지 물망에 오른다. 화성시 동탄신도시는 이번에는 제외됐지만 한국토지공사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내년 이후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 수도권 집값 안정효과 미지수

검단신도시는 추 장관이 ‘깜짝 예고’로 파문을 일으키면서까지 추진했지만 정작 수도권 집값 안정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에서 멀어 인천 김포 부천 등 수도권 서북부 수요를 흡수하는 정도이지 강남권 수요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

후보지를 언급하지 않은 추 장관의 신도시 계획 발언 후 시장에 검단이 정부가 발표할 새로운 신도시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점에서 건교부의 보안유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강팔문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지만 인천시가 신도시 조성 기초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계획을 알게 됐고 건교부와 협의해 오던 여러 부처도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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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秋風’ 탄 집값…수도권, 4년만에 최고 상승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신도시 개발계획을 졸속 발표한 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인천·경기지역 아파트 값의 주간(20∼26일) 상승률이 4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값도 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27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인천·경기지역 아파트 값은 전주(前週)에 비해 0.92% 올라 2002년 9월 첫째주(0.9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인천은 0.38% 올라 2003년 5월 넷째 주(0.65%) 이후 최고였고 특히 검단신도시가 속한 서구는 1주일 새 1.04%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값도 0.84% 올라 10·29 대책이 발표됐던 2003년 10월 넷째 주(0.97%)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보였다.

공급 확대로 집값 오름세를 꺾겠다는 의도와 달리 추 장관의 ‘어설픈 흘리기’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정부가 신도시를 짓겠다고 하지만 입주 시점이 일러야 4, 5년 뒤인 데다 서울과 거리가 멀어 내 집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달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상가도 개발바람… 평당 100만원 급등
中企 2000여곳 “어디로 가나” 발동동

“그렇게 홍보해도 안 팔리던 상가가 어제만 두 곳이나 나갔어요.”

정부가 검단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한 27일 인천 서구 검단 사거리 인근의 한 상가분양사무실에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신도시 발표 후 아파트 매물이 사라지자 투자 문의가 상가 분양으로 쏠리는 것. 이 지역 상가는 며칠 새 1층 기준으로 평당 50만∼1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날 검단지역 부동산중개업소 상당수는 “정부의 합동단속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문을 닫았다.

외지 차량으로 보이는 고급승용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문을 연 몇 개 부동산중개업소를 드나들며 아파트 매매를 타진했지만 매물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내년 봄에 입주하는 이곳 H아파트 입주 예정자는 이날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년 입주 시점에 프리미엄 1억 원을 주면 아파트를 팔 테니 매수인을 물색해 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한편 신도시 예정 지역에 있는 2000여 중소기업에는 불만이 팽배했다. 정부가 산업단지를 조성해 이전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업체들은 공장을 옮기고 기반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전전긍긍하는 것. 현재 신도시 예정 지역에서 가동 중인 시설면적 500m² 이상 중소기업은 874곳이고 미등록 업체와 무허가 공장 등도 1200여 곳에 이른다.

검단신도시 면적이 당초 예상보다 200만 평 줄어든 340만 평 규모로 확정되자 인천시에는 하루 종일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정부가 서둘러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하느라 위치도 이외에 구체적인 행정구역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소유 땅이 포함됐는지를 묻는 전화가 폭주한 것.

한편 일산신도시 규모로 개발될 파주신도시 운정3지구 주변은 27일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운정지구 내에 최근 분양한 모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보다 20% 이상 비싼 1200만 원을 넘자 기존 아파트 주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던 것.

파주시 교하읍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기존 아파트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커져 호가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주시는 이날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대해 모든 인허가를 중단하는 개발행위제한 조치를 내렸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파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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