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임원의 말이다.
그는 외자 유치 후진국론의 근거에 대해 “외자 유치에 적극적인 아일랜드나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기업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은 ‘한국이 다른 경쟁국들보다 투자 환경이 더 좋은가’라는 상대적 비교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외자 유치 감소추세가 문제
외국 자본이 열악한 기업 환경 탓에 2년 연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4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75억1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줄었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04년 127억92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115억6400만 달러로 9.5%가량 줄어든 뒤 올해 들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장기적인 추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양대 예종석(경영학부) 교수는 “정부는 규제를 완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한국의 기업 환경은 싱가포르 등 외자 유치 선진국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은 외자 유치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 등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0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9.0%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160.2%, 239.2%에 이른다. 미국도 12.7%로 한국에 비해 높았다.
○ 투자환경 더 개선해야
외자건 내국인 자본이건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적어야 하고 기업이 활동하기 좋아야 한다.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현 정부도 2004년에 규제개혁기획단을 출범시킬 정도로 규제 완화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도 외자 유치 규모가 감소하는 것은 외국자본이 한국보다 경쟁국을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경쟁 상대와 비교해 더 나은 기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
최근 하이닉스반도체의 경기 이천 공장 증설 요청이 정부의 반대로 유보된 것도 정부가 여전히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LG경제연구원 이철용 부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경제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외국인 투자 감소가 추세로 굳어지기 전에 하루빨리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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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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