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모트 절연체’ 시제품 세계 최초 개발

  • 입력 2006년 9월 20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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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가 전기를 통하는 금속성 물질로 변하는 '모트 전이(轉移) 현상'을 규명한 국내 연구팀이 이 원리를 이용한 시제품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김현탁 박사팀은 모트 전이 현상을 이용한 '휴대전화 및 노트북 PC 배터리의 폭발 방지 시스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과전압으로 인한 배터리 폭발은 최근 미국 공항에서 일어난 노트북 PC 폭발 사고에서 알 수 있듯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단순히 전류를 차단하기만 해 과열 방지에 한계가 있는 기존의 세라믹 소재 과전력 방지장치(PTC)와 달리 순간적으로 전류를 방전시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바나듐 옥사이드 등 '모트 절연체'는 평소에는 전류가 통하지 않지만 전압 과부하로 온도가 올라가면 순간적으로 전류가 통하는 금속성 물질로 변한다.

모트 절연체는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보다 1만~10만 배나 전류가 잘 통하며, 크기가 작아져도 전도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 크기 이하로 작아지면 전류가 통하지 않는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또 이번에 개발된 시제품처럼 순간적인 전도 현상을 이용해 전압 과부하를 막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절연체가 금속성 물질로 변하는 것에 대한 가설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네빌 모트 교수가 1949년 제시했다.

연구팀장을 맡고 있는 김현탁 박사는 "모트 절연체를 휴대전화나 노트북용 배터리에만 응용해도 경제적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전기전자 소재 제작 등의 분야에서 24개의 특허를 세계 각국에 출원해 놓았다"고 말했다. 현재 휴대전화 단말기는 연간 6억 대가, 노트북 PC는 1억 대 정도가 생산된다.

ETRI 측은 "11월 중 기술개발 설명회를 거쳐 상용화를 맡을 기업을 찾을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상용화는 2~3년 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계와 업계에서는 기술적 성과는 인정하지만 상업적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기술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량 생산 가능성과 원가 문제 등 모트 절연체가 다른 전기전자 신소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 mikemoon@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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