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제를 모셔라”…고가유아용품 마케팅 경쟁 치열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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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연봉이 세전(稅前) 기준으로 4000만 원인 주부 정혜수(30·경북 구미시) 씨.

그는 요즘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애들한테 공을 안 들여도 다 크게 돼 있다”는 핀잔 섞인 얘기를 자주 듣는다.

정 씨는 아들 현준(13개월)이가 태어날 때 130만 원짜리 제대혈 보관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는 한 팩에 3만 원이 넘는 친환경 기저귀를 사용하고 외출할 때는 129만 원짜리 유모차를 이용한다. 주변에서 “자식사랑이 도를 넘었다”고 수군거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차피 둘째 키울 형편은 못 돼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더욱이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둘 키우는 비용만큼 하나한테 쓰고 싶어요.”

○ 제대혈 보관시장 2000억 달해

‘소황제’가 최근 국내 기업들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다. 이는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으로 1979년 이후 둘째를 낳을 수 없던 중국인들의 외동자식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한 자녀만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외동자식에 대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 젊은 부모가 적지 않다.

소황제의 탄생을 알리는 상징적인 상품인 ‘제대혈 보관 서비스’.

제대혈을 15년간 냉동보관하면서 백혈병 등에 걸릴 경우 제대혈에서 조혈모 세포를 뽑아내 골수이식을 함으로써 병을 고친다는 이 서비스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3년 전쯤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여만 명이 메디포스트, 라이프코드, 차병원 제대혈은행 등 16개 회사의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15년간 보관하는 대가가 100만∼130만 원 선임을 감안하면 2000여억 원의 시장이 생긴 셈.

5월 말부터 백화점에서만 팔리고 있는 129만 원짜리 유모차 ‘스토케’의 판매량을 보면 소황제 시장이 국내에서도 적잖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롯데백화점 전국 12개 점포에서 매달 25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신세계백화점 유모차 구매고객 10명 중 3명 꼴로 이 제품을 택하고 있다.

○ 분유 전용 생수도 등장

분유를 탈 때 쓰는 전용 수입생수도 등장했다.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 중인 오스트리아산 ‘와일드알프 베이비워터’는 1.5L에 8000원. 일반 생수보다 10배가량 비싸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이 물로 분유를 타 먹이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1팩에 3만7500원 하는 친환경 기저귀 ‘몰텍스에코’, 큰 사고가 나도 아기는 안전하다는 63만 원짜리 ‘브라이택스’ 카시트 등도 인기 제품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390만 원짜리 유아용 모피코트가 전시돼 있다. 80만∼90만 원대의 유아용 파티복도 잘 팔린다는 것. 이 백화점은 지난해 겨울에 유아 파티복을 100벌 이상 팔았다.

할인점도 ‘소황제용 자체상표(PB)’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시중 제품보다 30%가량 비싼 젖꼭지 젖병 우유 등 고급 유아용품을 자체 개발해 연말부터 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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