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기가 낸드 플래시메모리 개발]카드 한장에 책 22만권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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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역사 새로 썼다”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40나노미터 32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메모리 웨이퍼(원반)를 들어 보이고 있다. 행사 도우미가 들고 있는 것은 낸드플래시메모리 칩(아래)과 이를 이용해 만든 32기가바이트(GB) 메모리카드. 안철민 기자
“반도체 역사 새로 썼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40나노미터 32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메모리 웨이퍼(원반)를 들어 보이고 있다. 행사 도우미가 들고 있는 것은 낸드플래시메모리 칩(아래)과 이를 이용해 만든 32기가바이트(GB) 메모리카드. 안철민 기자
“지난해가 ‘플래시 러시(Flash Rush)’의 해였다면, 올해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여는 ‘플래시토피아(Flashtopia)’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첫 해가 될 것입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11일 40나노미터(nm) 32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메모리 개발의 의미를 ‘플래시 메모리로 구현되는 유토피아 세상’, 즉 플래시토피아로 요약했다.

그가 지난해 이름 붙였던 ‘플래시 러시’는 모든 휴대용 저장장치가 플래시 메모리로 대체되면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

‘플래시토피아’는 플래시가 단순한 정보 저장·휴대장치를 넘어서 인간의 전반적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 측은 “창조적인 생각과 가족에게 정을 주는 일을 뺀 나머지는 모두 플래시 메모리에 맡겨라”며 플래시 메모리가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 꿈의 ‘테라비트 시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nm 32Gb 낸드 플래시를 발표하면서 ‘테라비트(Tb·1Tb는 1024Gb)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문자와 사진 음악 동영상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플래시 메모리에 담아 저장했다가 자유롭게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정보 혁명이 실현되는 것이다.

40nm 32Gb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328억 개의 메모리 기본 소자가 엄지손톱만 한 크기에 집적돼 있다.

특히 2008년에 이 메모리가 양산되면 64기가바이트(GB) 메모리카드의 제작이 가능해져 한 장의 메모리카드에 종합 일간지 400년 분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황 사장은 “1년 동안 눈앞에 일어날 일을 작은 반도체 칩 하나에 저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래시메모리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훨씬 가볍고 속도도 빠르며 소비 전력도 적기 때문에 저장 용량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또 플래시메모리의 최대 장벽이었던 가격도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어 실생활에의 적용 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 성장과 경쟁의 반도체 메모리 시장

삼성전자는 40nm 32Gb 낸드 플래시메모리 제품이 본격 양산되는 2008년 이후에는 500억 달러(약 47조5000억 원) 규모의 낸드 플래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PC까지 적용해 하드디스크 없는 ‘디지털 PC’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 발표한 40nm 32Gb 낸드 플래시는 모든 디지털 제품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플래시메모리의 등장은 종이 화약 나침반 등에 필적하는 인류의 혁명적 발명품”이라면서 “메모리 시장은 PC시장의 한계를 넘어 이제는 휴대전화 등 10억 대 이상의 모바일 및 디지털 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와 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3’의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3차원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D램 시장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이 올해 합작회사를 만들어 낸드 플래시 양산에 들어갔고, 도시바 등 일본 업체와 대만 업체들이 설비 증설에 나서는 등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06년 9·11 세계가 놀랄것”

‘황의 법칙’ 7년 연속 이어가▼

신제품 개발을 선언하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표정은 늘 그렇듯 자신감으로 넘쳐 났다.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황 사장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2001년 이날 일어났던 미국의 9·11 테러를 언급하며 “꼭 5년 전 이날 세계가 비극의 충격에 휩싸였다면 오늘 우리는 좋은 일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당당한 미소는 그럴 만했다. 1999년 220nm 256Mb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뒤 2000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반도체 집적도를 매년 두 배 늘려온 것. 매년 반도체 성능을 두 배 성장시킨다는 ‘황의 법칙’을 세운 뒤 꼬박꼬박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큰 스크린 앞을 누비며 화려한 말솜씨로 설명하던 황 사장이 말했다.

“신개념 반도체 제조 기술인 차지트랩플래시(CTF)의 개발로 반도체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게 됩니다. 현재 4위인 삼성전자의 노어 플래시메모리도 내년까지 1위로 만들어 플래시메모리 선두기업이 되겠습니다.”

황 사장은 이날 무척 고무되고 여유 있는 분위기였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과 자신을 비교한 최근 본보 기사(6일자 B1면 참조)를 거론하며 “세상이 깜짝 놀랄 기사를 썼더군요”라며 농담도 했다.

그는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두고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만은 물론 미국의 인텔까지 플래시메모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시장에 급속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입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을 확보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연구개발에 2조8000억 원을 투자했고, 신기술 개발팀만 40여 개가 있다”며 “이것이 삼성전자와 다른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퓨전 메모리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인공지능 메모리가 개발될 것”이라는 황 사장에게 “그럼 똑똑해진 기계가 사람을 앞설 수 있는가”라고 물어보았다.

“하하. 아무리 반도체 메모리가 발전해도 사람의 감성을 따라 잡을 순 없을 겁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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