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판매 ‘미국식 딜러제’로 가나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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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A직영점 J 점장은 최근 회사로부터 ‘노란 봉투’를 받았다. 노란 봉투는 기아차 직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권고사직서 봉투 색깔이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기본급 기준으로 1년 치 월급을 명예퇴직금으로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안 나가니 아예 연봉을 다 줄 테니 나가라네요. 요즘 노란 봉투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J 점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털어놨다.》

○직영점을 줄여라

국내 자동차업계가 조직의 군살을 빼고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직영 판매 부분을 축소하거나 아예 별도 자회사로 분리시키고 있다.

직영점이란 자동차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판매점이고 대리점은 자영업자가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대행하는 곳. 직영점은 호황 때 자동차회사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지만 불황 때에는 고정비 부담으로 경영을 어렵게 한다.

각 사는 불황이 계속되자 노조의 반발을 피해 직영점을 줄이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기아차는 실적이 좋지 않은 점장들과 업무과장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한편 2004년부터 신규영업사원을 뽑지 않고 있다. 현대차도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2004년부터 영업사원을 뽑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로 당장 직영점을 폐지할 수 없다 보니 자연감소 쪽을 택했다.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은 2003년 6800명에서 8월 말 현재 6400명으로 400명 줄었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3700명에서 3300명으로 감소했다. 직영점 수는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직원이 감소한 만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04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했지만 지난해부터 직영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중소도시를 위주로 대리점을 늘리고 있다.

GM대우자동차의 판매를 맡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는 직영점을 아예 본사에서 떼어냈다.

대우자판은 지난달 18일 이사회를 열어 직영점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고 대리점 영업조직만 본사가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기아차의 한 임원은 “대리점의 판매효율이 직영점보다 20% 정도 높은 데다 생산에 집중해 품질을 높이려면 판매부분을 떼어내는 게 낫다”며 “미국식 지역별 광역 딜러제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식 딜러제,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

대리점이 소비자와 자동차산업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미국의 경우 소비자가 한 대리점에서 여러 브랜드의 차량을 비교한 뒤 구입하고 서비스까지 받고 있다”며 “자동차사도 생산에만 집중해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미국식 딜러제로 전환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채영석 대덕대 자동차계열 교수는 “판매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독립적인 대리점은 비용이 많이 들어 당장 들어서기 어렵다”며 “급작스럽게 딜러제가 도입된다면 노조의 거센 반발은 물론 대형자동차 회사가 소규모 대리점들을 좌지우지해 비용 증가와 서비스 수준 저하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국내 자동차회사 직영점 및 대리점 (단위: 개)
자동차사직영점대리점
현대467417
기아340436
쌍용 0250
르노삼성136 30
2006년 8월 31일 현재. 자료: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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