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하나은행도 M&A될 수있다”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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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금융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굵직한 인수합병(M&A) 이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황영기(54·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30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에서 열린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가져갔지만, 그것으로 금융권 구조조정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인수하거나, 혹은 그 반대가 되거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지주의 자산 규모는 약 218조 원으로 국민은행(외환은행 인수 시 268조 원)에 이어 금융권 2위다. 하지만 신한지주가 LG카드 인수를 끝내면 219조 원으로 자산이 불어나 치열한 2위 다툼이 예상된다.

황 회장은 인터뷰 전날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고 한다. 할 말이 많아서였을까,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매우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황 회장은 “우리는 3위가 아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금융권 지각변동 끝나지 않았다’

황 회장은 “요즘 같은 금융 격변기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기업은행 민영화가 남아 있고 농협과 우체국, 다른 국책은행의 역할론도 수면으로 떠오르는 등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큰 은행이 작은 은행을 먹는다는 식의 단순한 사고는 틀렸다”며 “건전한 은행이 불건전한 은행을 인수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를 통한 규모의 경쟁이 더욱 강조되는 시기라는 말도 했다.

황 회장은 미국계 뱅커스트러스트은행에서 아시아지역 부사장을 거치며 투자 업무를 배웠다고 한다.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생명 투자사업본부장, 삼성투신운용사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친 ‘정통 삼성맨’이기도 하다.

그는 삼성증권 사장 시절 “CEO는 검투사와 같다. 지면 죽는다”고 말해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금융권 M&A,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선언했다.

○ ‘LG카드는 놓쳤지만…’

황 회장은 이번 LG카드 인수전에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LG카드를 놓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이날도 그는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LG카드 인수 제안 가격 차이는 1000억 원에 불과하다. 값을 깎으려 들면 채권단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신한지주의 인수 제안가는 약 6조7000억 원. 우리지주는 LG카드 지분 10.6%를 갖고 있는 4대 주주다. 신한지주가 값을 깎으려 하면 예비협상대상자인 하나지주와의 협상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 앞으로도 할말은 하겠습니다

올해 초 황 회장은 ‘토종은행론’을 꺼냈다. 국내 주주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은행이 토종은행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토종은행은 우리은행뿐이다.

다른 은행들로서는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최근 나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수주의로 토종자본론을 주장하면 한국 금융 발전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토종은행을 비판하는 세력은 자기들이 뭔가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라며 “위기 상황이 왔을 때 토종은행의 필요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인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은행과 우리은행 가운데 누가 국가 경제를 생각하겠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그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금융권에서는 드문 사례다.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한마디를 남겼다.

“어떤 사람들은 ‘황영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애받지 않고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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