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의 독립선언 “우린 한국의 밀라노!”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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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동대문운동장 주변.

현란한 조명과 귀청을 찢을 듯 시끄러운 음악이 귓전을 때렸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이다.

동대문운동장을 따라 반원(半圓)을 그리며 150m가량 줄지어 늘어선 100여 개의 간이 매대(賣臺)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까지 뒤섞여 제대로 걸어가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14일 문을 연 백화점형 의류도매 쇼핑몰 ‘유어스’ 때문이다. 유어스는 동대문쇼핑타운에서 올해 들어 네 번째 개장한 대형 쇼핑몰이다.

○ 동대문쇼핑몰의 ‘진화’

한국의 대표 재래시장인 동대문쇼핑타운이 첨단 복합쇼핑몰이 밀집된 패션산업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평일 낮 동대문쇼핑타운 일대 풍경은 마치 아파트 건설 현장을 방불케 한다. 패션TV(점포 수 2088개) 굿모닝시티(4000개) 등 초대형 쇼핑몰을 짓기 위해 초고층 빌딩 건축용 타워크레인이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 따르면 동대문쇼핑타운 내에 들어서 있는 점포는 모두 3만1200여 개. 내년 말까지는 3만8500여 개로 7000개 이상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어스는 동대문에서는 처음으로 1600평 규모의 공연장을 만들어 연중 패션쇼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홍종찬 사장은 “일반 쇼핑몰보다 건축비와 인테리어 설치비를 50% 정도 더 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신규 쇼핑몰 건설은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개장한 일부 상가를 포함해 공실률(전체 상가점포 대비 빈 점포의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보증금과 월세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유통시설 현대화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바라는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기존 쇼핑시설의 개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첨단 쇼핑시설 신설과 기존 시설 재건축만이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 패션기획서 마케팅 쇼핑까지 ‘원스톱 패션’

동대문을 한국 패션의 미래를 주도할 산업기지로 바꾸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등도 노력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노동부, 서울시, 산업단지관리공단 등이 함께 동대문운동장 옆 서울시 주차장 터에 봉제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을 주변 쇼핑몰과 연계해 패션 기획에서부터 디자인과 봉제, 마케팅 활동까지 지원하는 기지로 삼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다음 달 21일에는 서울패션디자인센터가 동대문운동장 뒤편에 위치한 동대문패션문화회관에 입주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1, 22일에 대규모 패션쇼도 가질 예정.

디자인센터는 서울시가 전액 출자해 2000년 세운 것으로 동대문 의류업체의 국외 진출과 외국 바이어의 유치를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는 지역 생산업체와 동대문상가를 연계해 산업을 활성화하고 마케팅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는 ‘텍스타일마케팅센터(TMC)’를 동대문 상권 안에 조만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상품 판매장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동대문쇼핑타운의 미래가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외국인구매안내소 고동철 소장은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동대문쇼핑타운은 중국산 의류 판매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대문쇼핑타운 점포 상인들이 양질의 상품 개발보다는 저가의 중국 상품을 수입해 파는 일에만 매달리면서 동대문이 갖고 있는 의류 생산 본연의 기지 역할이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산업기지로 바꾸겠다는 정부 계획 또한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동대문에 외국인이 묵을 만한 변변한 숙박시설이나 교통 편의시설 등이 크게 부족한데도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이 빠져 있다.

단국대 김호철(부동산학) 교수는 “새로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이 대부분 ‘백화점식 도소매쇼핑몰’이어서 패션산업의 전초 기지로 떠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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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패션타운의 상권별 특성
구분상가 수(개)점포 수(개)주력 품목
전통상권2117,881-1905∼1990년 세워진 상가
-종합의류, 의류용 원부자재, 내의, 가죽제품, 액세서리, 신발 등을 취급하는 도매시장
동부
도매상권
95,435-1990년 이후 세워진 상가
-10, 20대 캐주얼 위주의 도매중심 상권
서부 소매상권57,927-1996년 이후 세워진 상가
-10대 영 캐주얼 위주의 원 스톱 쇼핑몰(소매 중심), 원부자재, 종합의류 쇼핑몰
합계3531,243
6월 말 기준. (자료: 서울산업통상진흥원)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정민(고려대 언어학과 3학년) 김도연(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박영주(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씨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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