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제조사 “해외 AS 얌체파 어찌할꼬”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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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한 대에 수리비용 두 번 받기, 멀쩡한 부품 교체하거나 교체하지도 않은 부품 비용 청구하기….’

유럽통화방식(GSM) 휴대전화 시장에서 선두권에 있는 단말기 제조 공급업체인 유럽의 A사는 최근 늘어나는 보증수리 비용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특별히 관리하지 않았던 보증수리 비용의 상당부분이 허위 청구였던 것. A사는 이후 체계적으로 보증수리 비용을 관리해 15% 이상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수리비용 절감은 큰 폭의 매출 증대만큼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 새나가는 수리비용을 줄여라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휴대전화는 모두 5억7000만 대.

제조업체 측에서 보면 그만큼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판매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얼마나 AS를 잘하느냐는 곧바로 제품 경쟁력이 된다. 업체들이 그동안 보증수리에 들어가는 돈을 아낌없이 내놨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휴대전화가 갈수록 고급화 첨단화되면서 보증수리 비용이 크게 늘자 상황이 달라졌다. 수리비용 증가 폭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

휴대전화 제품의 특성상 부품 가격이 비싸고 6개월∼1년이면 기존 제품이 사라지는 게 비용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다. 게다가 해외 서비스 사업자들이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수리비용을 부당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보증수리 비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이느냐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주요 휴대전화 업체들이 서비스 사업자들의 부당 수리비용 청구 유형과 사례를 분석하고 적발 사례와 처리 내용 등을 토대로 체계적인 비용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제조 기업들의 보증수리 관련 비용이 전체 매출의 1.5∼4%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업체들, 체계적인 비용관리 시급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앤큐리텔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보증수리 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이들 3개 회사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체계적인 보증수리 비용 관리보다는 매출 증대에만 힘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업체가 최근 2, 3년간 크게 늘어난 해외시장의 매출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해외시장의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며 지속적인 보증수리 비용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 한국사무소의 반영곤 상무는 “휴대전화 1대를 팔면 보통 3∼8달러의 이익이 남는데 이는 제품 AS를 할 때 나사 3, 4개만 바꿔도 들어가는 비용”이라며 “그만큼 보증수리 비용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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