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 다시 바르고… 복고 브랜드 ‘부활의 노래’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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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돌아갈래!’ 아련한 ‘추억’에 기대는 복고(復古) 마케팅이 활발하다. 어른이 돼서도 어릴 적 먹던 음식, 음악, 영화, 스타일을 동경하는 인간의 원초적 심리에 기댄 마케팅 기법이다. 주로 식음료, 패션, 화장품 등 생활 분야에서 추억에 기댄 복고형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옛날 상품을 그대로 파는 것은 아니다. 새 제품에 옛 이미지를 덧씌워 어른 세대와 신세대를 모두 공략하는 게 최근 복고 마케팅의 특징이다.》

○ 돌아보자, 과거를

‘보고는 몰라요∼

복동이 엄마도 샘이 나서….’

최근 샘표식품은 45년 전 라디오 광고를 옛것 그대로 복원했다. 간장은 달라졌지만 라디오 광고는 1961년 CM송을 부른 ‘가수 김상희 씨 버전’ 그대로다.

식품업계는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바람이 거센 분야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나도 맛과 냄새는 잘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롯데삼강은 36년 전 시판한 아이스크림 ‘삼강하드’를, 롯데칠성은 16년 전 ‘델몬트 따봉 주스’를 새로 내놓았다.

이름은 옛것을 사용하지만, 맛과 디자인은 신세대 입맛에 맞추는 추세다.

해태제과 부라보콘은 올해 4월 이름만 빼고 맛, 제품 디자인을 모두 바꿨다. 광고모델도 탤런트 다니엘 헤니를 앞세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빙그레도 최근 바나나맛 우유의 지방 함량을 줄여 새롭게 내놨다.

빙그레 홍보팀 유정희 대리는 “기존 마니아들과 새로운 세대를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복고 바람이 한창이다. 작년에는 1960년대 패션 스타일이 인기를 얻었다면, 요즘은 1980년대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화장품도 어릴 적 ‘엄마 화장대’에서 본 것 같은 빨간 립스틱이 인기다.

올초 샤넬, 랑콤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빨간 립스틱을 내세우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잇달아 빨간 립스틱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았다. 한동안 립글로스에 밀렸던 립스틱이 돌아온 것.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립스틱은 올 1분기(1∼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가량 늘었다고 한다.

부활한 패션 브랜드도 있다.

최근 형지어패럴은 논노패션이 1989년에 내놓은 여성의류 브랜드 ‘샤트렌’을 인수했다. 논노의 부도로 없어졌던 브랜드를 다시 살린 것. 탤런트 이미연은 ‘15년 전 샤트렌의 팬이었다’며 샤트렌 광고모델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형지어패럴 최병오 회장은 “젊은 시절 샤트렌 브랜드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4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 ‘향수는 힘이 세다’

‘유머, 애국심, 공포, 성(性), 그리고 향수.’

광고업계에는 ‘특정한 감정을 자극하면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법칙이 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향수도 빠지지 않는 광고 제작 소재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민식 교수는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 5번, 긍정적인 경험 5번을 똑같이 겪어도 5번의 좋았던 경험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를 미화하려는 성향 때문에 추억을 소재로 하면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뷰티트렌드팀 남용우 과장은 “과거의 이미지는 옛 세대에게는 좋은 기억을, 신세대에게는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복고 마케팅은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연구원은 “신규 브랜드를 알리려면 수백억 원이 들지만, 복고 브랜드는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며 “그러나 반짝 관심에 그쳐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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