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株 ‘눈부신 봄날’… 저평가 설움 벗고 증시 주도주로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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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1만 원짜리 보석함을 팔고 있다. 그런데 이 보석함을 사면 1만5000원짜리 진품 보석을 덤으로 준다. 1만 원만 내면 보석함도 사고, 덤으로 1만5000원짜리 보석까지 챙길 수 있다. 이런 ‘꿈같은’ 바겐세일이 실제로 있다면 소비자들은 얼마나 즐거울까. 그런데 실제 증시에는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기업 가치가 증시에서 1000억 원으로 매겨져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만 1500억 원이다. 1000억 원을 들여 기업을 통째로 사면 1500억 원어치 부동산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력 같은 무형자산이나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 등은 전혀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1000억 원을 들여 기업을 산 뒤 회사 문을 닫고 부동산만 챙겨도 500억 원이 남는다. 이것이 바로 자산주의 매력이다. 자산주란 현금이건 부동산이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많은 회사를 말한다. 최근 증시에서 자산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자산주만큼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말을 듣고 있다. 게다가 최근 원화마저 강세를 보이면서 자산주가 증시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

○ 원화 강세로 매력 커져

자산주는 사실 오랫동안 소외됐던 종목이다. 대부분 자산주들은 보유 자산은 넉넉하지만 성장이 느린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산주는 10년 넘게 투자자의 관심을 못 받으면서 절대적인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랬던 자산주가 최근 들어 부각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우선 KT&G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인수합병(M&A) 열풍이다. KT&G 사례에서 나타나듯 기업 사냥꾼들은 기업 가치에 비해 보유자산이 많은 기업을 주로 노린다. 자산은 많은데 주가는 낮은 자산주들은 기업 사냥꾼들의 좋은 표적인 셈.

또 하나는 원화 강세. 외국인 시각에서 봤을 때 한국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자산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산주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 자산주들은 내수주여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실적도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 회계장부 꼼꼼히 체크를

좋은 자산주를 고르기 위해서는 회계 장부를 꼼꼼히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못 미친다고 ‘저평가된 자산주’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런 회사들 가운데에는 자산의 가치가 장부에 적힌 만큼 높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다.

좋은 자산주는 ‘가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특히 같은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장부에 적힌 가격보다 실제 가격이 월등하게 높은 부동산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부에는 1000억 원짜리라고 적힌 부동산 중에는 실제 가격이 5000억 원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다함이텍처럼 장부에는 부동산 가치가 7억 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땅의 공시지가는 100억 원이나 되는 기업도 있다.

CJ투자증권 김동욱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자산주의 주가가 코스피지수에 비해 많이 올랐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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