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품 발효식품이 가치 이제야 제대로 대접받나

  • 입력 2006년 4월 6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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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옥 농가 소유의 간장 ‘잉태’/1942년생
엄선옥 농가 소유의 간장 ‘잉태’/1942년생
와인과 치즈. 유럽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이다. 유럽 각국에는 대를 이어 전수된 비법으로 제조해 그 맛과 향이 다른 와인과 치즈가 즐비하다.둘은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치즈, 와인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술과 치즈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양지차. 비쌀 경우 한병에, 또는 한 덩이에 수십 수백만은 예사. 그들은 왜 그렇게 비싼 값을 치르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먹고 마신 치즈와 와인이 그 만한 가치가 있는 ‘명품’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발효식품 치즈와 와인. 우리나라에도 이런 명품 발효식품이 없을리 없다. 다만 브랜드 파워가 약할 뿐이다.

한국의 발효식품은 브랜드 파워가 약해 값을 쳐 주지 않을 것이란 통념을 깨는‘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60년된 명품간장 1.5리터에 1억원…어떤 맛일까

4일부터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명품 로하스(LOHAS·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식품전’에서 너무 흔해 귀한 줄 모르고 먹던 간장 1리터가 무려 300만원에 팔린 것.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간장 가격(4000~5000원)의 800배 가까운 가격이다.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 지대(DMZ) 인근에 살고 있는 엄선옥 농가 소유의 이 간장은 1942년 만들어졌다.

김행자 농가의 간장 ‘은우(銀雨)’/1972년생
또 김행자 농가에서 만든 34년 된 간장 1리터가 34만원에 팔린 것을 비롯해 보성 선씨 종가의 동아 짱아치 1kg은 15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번 판매전을 기획한 김진흥 농어업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음식을 만드는 데 쓰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간직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며 “구매자들이 자기보다 뛰어난 창작자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8일 까지 진행될 이번 기획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가(宗家)와 농가에서 대를 이어 전해진 비법으로 만든 간장·된장·고추장 등 120여점이 전시·판매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간장 ‘냉각 마그마’/1945년생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해 김씨 안경공파 손부인 윤사분(경기도 여주)씨의 시어머니(양복동·작고)가 1942년 쯤 담근 것으로 추정되는 간장.

처음 6kg 쯤 됐을 간장은 6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70%가 소금 결정체로 변했다. 그 모양이 마그마가 흘러내리다 식어 굳은 이미지를 닮았다고 해서 ‘냉각 마그마’란 별칭이 붙었다. 남은 간장의 양은 1.5리터. 한 재일교포가 5천만 원에 사겠다고 나선 적이 있으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간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며 최소 1억 원 이상의 가치가있다고 평가했다.

조선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 윤씨가 사용했다는 낙선재 간장은 8리터가 남아있다. 판매가는 1리터에 500만원.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된장 ‘1946 Ⅲ’ /1946년생
창녕 조씨 사공공파 대종가에서 선보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된장도 선보였다.

1946년에 현재의 종택을 신축하고 부엌신인 조왕신을 달래기 위해 45대 종부와 46대 종부가 함께 담갔다. 그래서 이 가문의 종택과 된장 그리고 함께 담근 간장과 종손의 나이는 모두 61세이다.

이 역시 수천만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농어업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조선간장은 5년만 넘어도 민간 해독제로 쓰였으며, 10년 이상은 골다공증, 30년 이상은 항암에도 특효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흥씨는 “이 작품들에 ‘브랜드’를 붙이고 상품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 전통 농수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농어촌에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싹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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