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분양가 ‘뻥튀기’

《중대형 아파트로 집을 옮기려는 함모(45·울산 중구) 씨는 이달 울산 중구 옥교동에서 분양되는 주상복합아파트 ‘이안 태화강 엑소디움’의 분양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45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4억9500만 원으로 평당 분양가가 1100만 원이나 됐다. 울산 지역 아파트 평균시세(평당 361만 원)의 3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최근 일부 지방도시의 새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배를 넘거나 서울 강북지역의 시세와 맞먹는 아파트까지 있다. 이에 따라 충남 천안시가 이달 초 평당 분양가 상한선을 655만 원으로 권고하는 등 분양승인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가파른 분양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 주민 반발에 값 맞추기도

지방 아파트 분양가 급등 현상은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에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분양된 코오롱건설의 파크폴리스의 평당 분양가는 약 1360만 원으로 45평형 분양가가 6억1200만 원이었다.

같은 지역에서 나온 롯데캐슬 킹덤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두 배를 훌쩍 넘는 평당 1214만 원 안팎이다.

신정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곳 아파트 시세는 평당 500만 원 선으로 고급 마감재를 쓰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분양가”라고 말했다.

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말 수성구 범어동에서 삼성건설이 내놓은 ‘래미안 수성’은 평당 1142만 원으로 54평형이 6억1700만 원에 팔렸다.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은 일부 농촌지역에서까지 고(高)분양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서 이달 말 분양되는 신동아 ‘파밀리에’는 평당 분양가가 최고 600만 원 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작년 3월 이곳에서 분양된 대우건설 ‘푸르지오’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500만 원이었다.

이달 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서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 ‘두산위브 더 제니스’는 49평형이 4억929만 원으로 평당 835만 원에 팔렸다. 이마저도 건설회사가 당초 평당 1200만 원으로 잡은 것을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해 낮춘 것이다. 청주 시내 40평형대 아파트 시세는 1억5000만 원 선에 불과하다.

이 밖에 올해 상반기 전남 목포시 남악신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한 건설회사는 평당 분양가를 700만 원 선으로 잡고 있다. 작년 9월 이곳에서 분양된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490만 원 안팎이었다.

○ 상승추세 2, 3년 지속 가능성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지방 아파트의 분양가 고공행진은 무엇보다 건설업계가 정부의 규제가 많은 수도권을 피해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펼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수도권은 일부 재건축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사업이어서 이윤이 상대적으로 적다.

수도권 내 공공기관을 전국에 분산시키는 혁신도시 사업으로 지방 부동산시장이 들썩여 땅값이 오른 것도 분양가 인상의 배경이 됐다.

부동산컨설팅업체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정부의 각종 균형발전 정책이 결과적으로 전국의 택지가격을 높였고 건설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게 된 것”이라며 “분양가 상승 추세는 2, 3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역 경제사정과 동떨어진 고분양가 행진은 자칫 미분양 사태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작년 말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분양됐던 P, L아파트의 실제 계약률은 최근까지 절반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된 평당 분양가 1100만 원짜리 R아파트도 계약률이 절반에 그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인 D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높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공급하면 미분양 아파트 양산으로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높은 지방 아파트(단위: 만 원)
지역		아파트	평형	분양가	평당분양가
경남	진주시 평안동	진주롯데인벤스	49	40,900	834.69
	창원시 반림동	노블파크	39	31,082	796.97
경북	구미시 옥계동	구미4단지 현진에버빌	48	31,500	656.25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 더제니스	53	69,350	1308.49
		유쉘	52	60,891	1170.98
		래미안수성	54	61,704	1142.67
부산	해운대구 우동	이안 엑소디움	113	213,700	1891.15
	부산진구 부암동	서면 미소지움	51	46,544	912.63
울산	남구 신정동	파크폴리스	111	151,000	1360.36
		롯데캐슬 킹덤	76	92,300	1214.47
	중구 성남동	롯데캐슬 스카이	92	92,200	1002.17
	중구 우정동	마제스타워	52	45,767	880.13
인천	남동구 논현동	웰카운티	72	64,820	900.28
광주	서구 쌍촌동	행복한집	34	16,930	497.94
전남	목포시 석현동	금호 어울림	48	27,770	578.54
	순천시 가곡동	석호위드	57	31,570	553.86
전북	전주시 효자동	아이 파크	82	66,200	807.32
	전주시 송천동	센트럴파크(1단지)	71	48,286	680.08
대전	유성구 지족동	인앤인	64	76,520	1195.63
충남	천안시 용곡동	용곡2차세광엔리치타워	34	22,881	672.97
충북	청주시 사직동	두산위브 더제니스	49	40,929	835.29
자료: 부동산114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