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중앙銀 마라지 총재…이것이 정부 할일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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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레드 테이프(규제)가 아니라 레드 카펫(붉은 융단)을 제공해 마음 놓고 기업 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이 바레인 정부가 우선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한국 금융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방한한 바레인중앙은행 라시드 알 마라지(50·사진) 총재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는 도중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바레인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고 강조했다.

바레인은 중동 국가 중 석유를 가장 먼저 발견했지만 매장량이 적어 1970년대부터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등 금융허브 구축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다져왔다.

▶본보 2월 25일자 1·5면 참조

바로 이 금융정책을 주도한 곳이 바레인중앙은행이다.

마라지 총재는 ‘레드 테이프가 아닌 레드 카펫을(Not Red Tape But Red Carpet)’이라는 슬로건에 대해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와 감독이 레드 카펫을 밟고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처럼 기업을 극진히 대우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바레인 정부가 공무원에게 투명성, 책임,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레인은 중동 이슬람 국가로는 드물게 남녀 차별이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대다수 중동 국가와는 달리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마라지 총재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인터뷰에 동석한 라나 파키히(여) 바레인경제개발청 프로젝트 사무관을 가리키면서 웃었다.

“중앙은행과 경제개발청에서 일하는 직원의 절반이 여성입니다. 올해 중앙은행에 입사한 신입사원 20명 중 18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합니다. 양성 평등 없이는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없습니다.”

바레인은 금융 산업 외에 향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료, 교육, 제조업 부문으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마라지 총재는 “바레인과 한국은 국토가 좁은 데다 부존 자원도 적어 인적 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바레인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는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등 두 곳뿐.

그는 “최근 중동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동에 진출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한국과 바레인이 활발히 교류해 함께 커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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