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작년 실적 정말 ‘사상 최대’?…알고보니‘외화내빈’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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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겉모습만큼 화려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을 잘해 순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손충당금(빌려준 돈을 못 받을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 두는 돈) 전입액 감소와 자산 매각 등 일회성 이익이 늘어난 덕분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4조4262억 원으로 2004년(5조187억 원)에 비해 1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605억 원에서 2조2522억원으로 524.7% 늘었지만 은행의 핵심 수익모델로 벌어들인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대손충당금은 경기가 좋아지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이 영업을 잘해서 수익을 낸 것이 아니라 경기가 좋아진 덕분에 수익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전 이익도 전년에 비해 12.5% 줄었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2004년보다 185.3% 늘었지만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전년에 비해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880억 원으로 전년(1조2620억 원)보다 33.8% 늘었다.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2조6930억 원으로 전년(2조4570억 원)보다 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대손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줄어든 것은 금리를 깎아 주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을 감수한 탓에 은행의 핵심 수익모델인 이자부문 수익이 줄어든 것.

그 대신 펀드와 방카쉬랑스(은행연계보험) 판매 증가에 힘입어 비(非)이자부문 수익은 모든 은행에서 증가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006년 전국 영업점장 전략회의’에서 “지난해에는 국내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등 위험비용을 줄이고 영업외 이익을 늘려 많은 순이익을 창출했지만 올해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를 보면 이자부문이 70%, 비이자부문이 30%를 차지하는데 이자부문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익원을 다변화해 비이자부문 수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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