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닌 ‘애칭’ 불러다오”…‘페트 네임 마케팅’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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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나 블루오션 있어요?”

“은나노가 좋아요, 스팀이 좋아요?”

전자업계에 ‘페트 네임(Pet Name)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페트 네임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기능이나 이미지를 효과적이고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제품에 따로 붙인 애칭. ‘포피’ ‘블루오션’은 노트북, ‘은나노’ ‘스팀’은 세탁기 이름이다.

기업들은 페트 네임 성공이 매출과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애칭’으로 승부한다

세탁기 에어컨 김치냉장고 등 생활 가전제품부터 휴대전화,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자제품에 페트 네임이 등장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페트 네임은 기능을 강조한다.

삼성전자 세탁기 은나노는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은(銀) 입자를 물에 뿌려 살균과 항균 세탁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LG전자 세탁기 스팀 트롬은 페트 네임을 통해 증기를 이용한 살균세탁 기능을 부각시켰다.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다고내는 저장고가 많다는 뜻으로 저장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애니콜의 가로본능(가로보기) 야생TV(방송 시청), LG전자 싸이언의 뮤직폰(음악감상) 디카폰(사진촬영) 등도 휴대전화 제품의 차별화된 기능을 이름으로 표현했다.

한국후지쯔의 미니 노트북 포피(Poppy) 시리즈는 기능과 제품 외형을 함께 강조한 페트 네임. 강아지(puppy)처럼 작고 귀엽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좋음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 Q30은 제품의 색깔에 따라 ‘레드 카펫’ ‘블루오션’ ‘실버 로드’라는 페트 네임을 붙였다. 애니콜 슬림이나 싸이언 스포츠카폰은 제품 외형을 강조한 페트 네임이다.

○페트 네임 성공이 매출로 이어진다

페트 네임에 대한 전자업계의 관심이 커진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차별화된 기능을 알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

프리미엄 가전업계에서는 그동안 ‘디오스’(LG전자) ‘하우젠’(삼성전자) ‘클라쎄’(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제품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 통합 브랜드 전략에만 힘써 왔다.

하지만 통합 브랜드는 세탁기 에어컨 등 제품의 서로 다른 특성을 알릴 수 없어 기능이나 이미지 특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

성공한 페트 네임은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진다.

3월 선보인 LG전자의 스팀 트롬의 매출 비중(전체 세탁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월 10%에서 8월 30%, 10월에는 40%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 은나노의 매출도 매월 10% 이상 늘고 있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6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이 회사 에어컨 전체 판매량의 8% 선이었던 서라운드 에어컨의 판매 비중은 올해 40%로 높아졌다. 하지만 하우젠 디오스 등 모(母)브랜드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면 페트 네임이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주고 기존 브랜드 이미지까지 해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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