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브랜드 지배하는자 세상을 지배한다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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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세계 PC 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설립된 지 20여 년에 불과한 중국 PC제조업체 레노보가 ‘정보기술(IT)산업의 원조’ 격인 미국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레노보의 최고경영자(CEO) 양위안칭(楊元慶) 씨는 “꿈이 이뤄졌다”고 큰소리를 쳤다. IBM의 PC브랜드 ‘싱크패드’를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브랜드로 비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닛산의 부활을 이끈 CEO 카를로스 곤 씨는 “닛산자동차는 브랜드 파워가 약해 미국에서 1000달러 정도 싸게 판매되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가 약하면 수익 기회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드 경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 ‘메이드 바이 브랜드(Made by brand)’의 시대

“앞으로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에서 ‘메이드 바이 프라다(Made by Prada)’로 바뀔 것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6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의 CEO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씨의 말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현지 생산을 고집하던 프라다는 올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산’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잠재우는 확고한 브랜드 파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벌거벗은 경제학’의 저자 찰스 윌런 씨는 “미국의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가 베트남에서 싸게 만들어 미국에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 브랜드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 브랜드 경영 전담조직 있는 곳 16% 그쳐

국내 기업의 브랜드 경영은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 세계 100대 브랜드에 포함되는 한국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고작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해 국내 기업 453곳을 대상으로 브랜드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브랜드 경영 전담조직이 있는 곳은 전체의 15.7%, 브랜드 가치를 위한 투자 경험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42.5%로 조사됐다.

브랜드의 가치는 전사 차원의 혁신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는 1999년 1600개에 이르는 브랜드를 400여 개로 과감하게 줄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똘똘한’ 브랜드를 집중 육성한 것이다. 브랜드는 크게 줄었지만 수익은 이전의 92% 수준을 유지했다.

브랜드 경영은 개별 기업만의 몫은 아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신화는 업계 자율 조직인 콜베르위원회의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의 결과라는 평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는 191개 토종 기업 브랜드를 선정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힘쓰고 있다.

● 발상의 전환이 성공 키워드

글로벌 브랜드는 제품 및 서비스의 표준화에 드는 비용을 줄여준다.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신규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도 있다.

중국 최고의 브랜드기업으로 꼽히는 하이얼은 올해 미국 가전업체 메이택 인수에 뛰어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선진 시장에서 1등 브랜드가 되면 다른 시장에서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선난후이(先難後易)’ 전략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LG경제연구원 박천규(朴天圭) 연구원은 “고객 관점에서 브랜드를 보는 시각과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인 이익의 원천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동아일보-산업정책연구원 공동기획

▼브랜드 경영 전략▼

오래가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심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마케팅 활동의 보조 수단이 아닌, 기업 경영 활동의 핵심 부문으로서의 독자적인 브랜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 브랜드 권위자 데이비드 아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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