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어떻게 해야 하나

  • 입력 2005년 5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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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2005년 한국 기업들은 경영학 대가의 충고엔 관심이 없는 것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한다며 바쁘다. 기업은 왜 사회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슬론 스쿨)이 발간하는 세계적인 경영학술지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봄호는 ‘협력적 사회공헌 활동의 효과’라는 제목으로 CSR 논쟁의 역사와 최신 사례를 소개했다.》

○ 오래된 논쟁

CSR에 대한 논쟁은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부(富)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을 출간한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당초 애덤 스미스에서 밀턴 프리드먼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기업 윤리에 따르면 기업은 선행이나 기부행위를 열심히 하는 조직이 아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면 그뿐이다.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소득을 창출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기업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특히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기업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이런 목소리가 커졌다.

1970년대 아이스크림 업체인 벤&제리스 같은 기업이 “선(善)한 행위가 돈을 버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화해’의 가능성이 보였다. 기업의 명성을 높이는 게 소비자와 투자자, 임직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CSR와 기업의 재무적인 성과의 관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최근에는 제대로 잘하면 긍정적인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어떻게 해야 하나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는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데는 돈을 기부하거나 전담 부서를 두고 활동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외부 전문기관과 손잡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기업과 사회 모두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성공 사례로 든 기업들의 공통점은 5가지다.

우선 장기적이고 까다로운 과제를 골랐다는 점. 미국의 발전(發電)업체인 AES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효과가 바로 드러나는 활동에 집중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미국 식품업체인 콘아그라가 ‘결식아동 돕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처럼 업종과 관련이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효과적이다. 콘아그라는 회사의 냉장트럭과 재고관리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었다.

자신만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지원하는 미국 유통업체 홈데포는 건축 자재를 다루는 1500개 점포가 참여하는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었다.

정부의 정책과도 일맥상통해야 한다. 유방암 퇴치 운동을 벌이는 미용업체 에이본은 정부가 나서서 기금 조성을 도와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교육 관련 사업을 하는 IBM은 이를 미래에 IBM에 들어올 인재를 양성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투자로 보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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