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는 곧 국위”…세계는 지금 초고층 빌딩 경쟁

  • 입력 2005년 2월 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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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추진 중인 ‘제2롯데월드’ 조감도. 현재 송파구청과 서울시에 112층, 555m 높이의 호텔 및 사무실, 쇼핑센터 등의 복합건물 건축을 신청했다. 롯데는 허가만 받을 수 있으면 200층, 800m까지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감도 왼쪽에 보이는 ‘작은’ 빌딩이 현재의 잠실 롯데월드 . 사진 제공 롯데
롯데가 추진 중인 ‘제2롯데월드’ 조감도. 현재 송파구청과 서울시에 112층, 555m 높이의 호텔 및 사무실, 쇼핑센터 등의 복합건물 건축을 신청했다. 롯데는 허가만 받을 수 있으면 200층, 800m까지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감도 왼쪽에 보이는 ‘작은’ 빌딩이 현재의 잠실 롯데월드 . 사진 제공 롯데
《서울에 세계 최고층 빌딩이 지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에서 현재 가장 높은 빌딩은 1985년 완공된 여의도 대한생명 빌딩(63빌딩)으로 20년째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완공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대만의 ‘101 빌딩’ 역시 비행안전 문제가 제기됐으나 초고층 빌딩의 효용성을 이유로 정부가 항로를 일부 조정해 계획대로 높이 지을 수 있었다. 비행안전에 큰 지장이 없다면 ‘국가적 효용성’을 높이 평가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는 초고층 빌딩 경쟁 중=현재 최고층 빌딩은 대만의 ‘101 빌딩’(508m)으로 2위인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88층, 452m)보다 50m가량 높다.

이 밖에도 신축 계획을 밝힌 세계의 최고층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지두바이’ 빌딩으로 무려 160층에 높이 705m. 2008년 완공 예정인 이 빌딩 건설에는 한국의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참여할 예정이다.

또 러시아 모스크바의 ‘타워 오브 러시아’(2010년 준공 예정)가 125층(649m), 2007년 중국 상하이(上海) 금융센터(101층, 492m), 홍콩 유니언 스퀘어(111층, 474m)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9·11 테러’로 부서진 미국 뉴욕의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도 2009년 ‘프리덤 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며 이 건물은 안테나 높이를 포함하면 610m에 이를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초고층 빌딩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디지털미디어시티(DMC·130층 580m)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롯데가 부산의 ‘부산 롯데월드(107층), 인천시가 인천 송도의 ‘국제금융센터’(105층)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왜 초고층인가=초고층 건물은 한 도시나 한 국가의 랜드마크가 될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모으는 집객 효과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다만 초고층 건물을 짓는 구체적인 동기는 다양하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는 공기업인 석유화학 종합그룹 페트로나스가 지은 것으로 모하메드 마하티르 전 총리가 ‘국가적 위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상하이에 지어진 진마오(金貿) 빌딩이나 새로 지어질 ‘제2금융센터’는 상하이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앞서는 금융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뉴욕의 ‘프리덤 타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뉴욕 시정부가 테러로 부서진 세계무역센터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고 ‘미국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한 염원을 이름 속에 담았다.

이처럼 개별 고층 빌딩의 건축 배경은 다양하다. 다만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경제적 필요 못지않게 초고층 빌딩은 한 도시는 물론 한 국가의 상징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소설가 이문열(李文烈) 씨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토지와 자본과 기술, 의욕을 다 갖추고도 한국을 대표할 혹은 서울을 상징할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며 ‘제2롯데월드’의 ‘슈퍼타워’가 지어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초고층 빌딩 계보 및 초고층 빌딩의 건축학=지금도 초고층 빌딩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31년 완공된 후 40년 넘게 ‘최고층 빌딩’으로 군림했다.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WTC 빌딩은 1972년,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는 1974년에 완공돼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등 미국이 최고층 빌딩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199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 2004년 대만의 ‘101 빌딩’ 등으로 최고층 빌딩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넘어왔다.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가 두바이에 2008년 호텔 등 ‘사막의 꽃’이라고 별명을 단 ‘버지두바이’를 짓겠다고 해 중동으로 최고층 패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처럼 최고층 빌딩이 가능한 것은 H빔이라는 철강 건축자재를 사용하게 된 건축 공학적인 진보, 엘리베이터를 통해 초고층으로 사람과 화물이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게 된 점, 그리고 통신시설로 높은 빌딩에도 언제나 통신이 가능하게 된 점 등 ‘기술 인프라’가 뒷받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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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롯데 추진 잠실 슈퍼타워 완공되면…한국의 명물로 우뚝▼

“서울의 ‘제2롯데월드’는 에펠탑 모양을 본뜬 세계 최고층 건물로 만들고 싶습니다. 남은 인생의 꿈이라면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2 롯데월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신격호·辛格浩 롯데 회장, 2004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제2롯데월드가 있으면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인한 외화 수입만 해도 큽니다. 못하게 하니 답답합니다.”(2003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신 회장이지만 틈만 나면 ‘제2롯데월드’에 대한 꿈과 의지를 이처럼 강조해 왔다.

롯데는 1994년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해 왔으며 현재 ‘초고층 빌딩’을 뺀 나머지 시설의 터파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2만6550여 평에 112층짜리 초고층 빌딩(슈퍼타워)을 포함해 최고급 백화점과 아웃도어 쇼핑몰 등을 세운다는 계획.

공군과의 협의가 잘되면 슈퍼타워를 200층, 800m로 지어 현재 건설이 추진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지두바이’(160층, 705m)보다 높게 지을 계획이다.

‘슈퍼타워’가 112층으로 지어지면 국내 최고층이 되고, 200층으로 지어지면 세계 최고층이 된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롯데월드에는 연간 12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입장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24%가 방문하는 꼴”이라며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군은 롯데의 ‘슈퍼타워’가 ‘비행안전구역에 인접해 있다’며 건물 높이가 203m를 넘지 말도록 요청하고 있다.

한편 건축 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와 송파구청은 슈퍼타워가 들어서는 곳은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특히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본보와의 인터뷰(2일자 A1·29면)에서 “준비된 땅이 있고 자기 자본으로 하겠다는데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해 ‘슈퍼타워’가 지어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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