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취직장사’]노조 계파싸움 ‘예고된 非理’

  • 입력 2005년 1월 2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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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기아차 파문 어쩌나”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수호 위원장의 말을 듣고 있다. 연합
민노총 “기아차 파문 어쩌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수호 위원장의 말을 듣고 있다. 연합
‘노조 계파 간의 세 싸움이 채용 비리를 불렀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근로자 채용 비리는 올해 9월 새로 구성되는 집행부를 장악하기 위해 노조가 현장조직별로 벌인 세력다툼의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조 내 현장조직들이 왜 ‘권력’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그 ‘투쟁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치열한 세력 다툼=노조원이 5600여 명에 이르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현장조직은 크게 5개 계파로 나뉜다. 계파는 노조 내의 자생적 하부조직으로 노조원 각자가 성향(노선)에 따라 가입하게 된다.

이 가운데 3대 계파는 ‘기아민주노동자회(기노회)’와 ‘현장의 힘(현장)’, ‘자주민주통일과 노동해방을 위하여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 등이다.

1억8000여만 원의 채용 사례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병연(鄭丙連) 지부장은 ‘미래를 여는 노동자회(미래노)’ 소속이다.

주류 세력이 아닌 ‘미래노’ 소속의 정 씨는 2003년 선거 당시 ‘기노회’와 ‘현장’이 벌인 세 다툼 덕분으로 당선됐다. ‘기노회’ ‘현장’ ‘미래노’ 등 3개 분파의 각 후보가 접전을 벌인 지부장 예선투표에서 정 씨는 뜻밖의 선전으로 ‘기노회’ 후보에 이어 2위를 해 결선투표에 나섰으며 ‘기노회’ 후보의 당선을 꺼리는 ‘현장’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압승했다는 것.

▽정규직 전환에 왜 사활을 걸었나=우여곡절 끝에 집행부를 장악한 ‘미래노’ 측은 세 불리기를 위해 계약직 채용 추천권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추천권 분배를 놓고 계파 간에 알력을 빚은 것은 적지 않은 채용 사례금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파 조직의 확대를 겨냥한 측면이 매우 크다는 것.

‘미래노’는 또 비정규직 사원의 정규직 전환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에 대해 광주공장 노조원들은 “올해 9월 신임 노조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아직 세력이 약한 집행부가 재집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1079명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노조에 가입시킨 뒤 자기가 속한 현장조직으로 흡수해야만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일부 노조원들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현 집행부의 연임을 보장해주는 생명줄이었다”며 “이 때문에 노조 집행부는 정규직 전환을 연기하려는 회사 측에 실력행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노조원 10여 명이 “왜 노사 합의사항인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공장 사무실 집기를 집어던지고 본관 사무실에서 컴퓨터 등을 파손하기도 했다는 것.

또 다른 노조원은 “세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현장조직에서는 ‘부적격자로 판명된 400여 명을 어떤 형태로든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해 현 집행부와 계파 간에 노노(勞勞)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광주공장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생산라인 한 곳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됐는데 평소에는 1∼2시간 만에 재가동되던 라인이 6시간 동안이나 멈춰 섰었다”면서 “당시 노조가 추천한 18명이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라인 가동을 일부러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귀하신 노조지부장▼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지부장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광주공장은 노조원 수가 5600여 명으로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에 소속된 200여 개 사업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규모나 세력 면에서 이 지역에서는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상 때문에 정병연 지부장은 이사급 대우를 받으며 회사가 제공한 차량(쏘렌토)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노조지부장은 사내 행사 때 부사장급인 공장장과 나란히 앉는다.

광주공장 노조지부는 상근직 18명에 5명 정도가 추가로 파견돼 별도 건물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부장이 만지는 돈의 규모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억 원의 노조비(조합원 월급의 1%)를 거둬 이 중 40%는 본부노조에 보내고 나머지 60%는 지부에서 사용했다. 1년에 6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 셈이다.

또 노조는 창립기념 체육대회 등 큰 행사를 개최할 때 3000만∼4000만 원에 이르는 기념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상당한 액수의 후원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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