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 바겐세일” 불황, 법조계도 예외 없다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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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의 A 법무법인이 건물 외벽에 붙여놓은 ‘가격 파괴형’ 수임료 광고.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광고금지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소송 의뢰인들은 혜택을 보게 됐다. 부천=안철민 기자
경기 부천시의 A 법무법인이 건물 외벽에 붙여놓은 ‘가격 파괴형’ 수임료 광고.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광고금지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소송 의뢰인들은 혜택을 보게 됐다. 부천=안철민 기자
‘가사 사건 99만 원, 소액 사건 55만 원.’

경기 부천시 A 법무법인이 최근 사무실 바깥벽에 붙여놓은 안내판 문구다. 이혼, 재산분할 등 가사 관련 사건은 99만 원, 대여금 청구 소송 등 1000만 원 이하 소액 사건은 55만 원의 착수금만 받고 소송을 대리한다는 내용이다.

길이 10m, 높이 1m 정도 크기의 안내판에는 소속 변호사들의 사진과 전문 분야도 명시돼 있다.

변호사 업계에 ‘가격 파괴형’ 수임료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의 수임료는 사실상 무료 변론에 가까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변호사회 당직변호사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연행이나 가혹행위 등을 당한 시민의 요청으로 사건을 맡는 법률구조의 경우도 수임료는 ‘300만 원 이하’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A 법무법인은 최근 사법연수원 출신 신입 변호사를 월급제로 고용했으나 경기 악화로 급여 지급이 어려워지자 이 같은 가격 파괴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거나 수임료 가격 파괴 덕분에 소송 의뢰인은 혜택을 보게 됐다.

하지만 주변 변호사들은 A 법무법인의 행위는 변호사 광고 규정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한 ‘변호사 업무광고에 관한 규정’ 5조는 ‘변호사 간판 이외의 현수막이나 애드벌룬, 운송수단 등 옥외광고물을 통해 광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28일 “변호사가 옥외광고물로 광고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지만 구체적인 신고가 없는 이상 모든 행위에 대해 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혼 등 가사사건의 경우 사건마다 난이도가 크게 다르다”며 “일률적으로 99만 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수임하면 부실 변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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