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지완]시험대 오른 우리쌀 경쟁력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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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협상의 기본 원칙은 주고받는 것이다.

정부는 5월부터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벌여 온 쌀 협상에서 줄 것과 받을 것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왔다.

지난주 공개된 협상 잠정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관세화 유예기간 10년 추가 연장’을 받아내기 위해 ‘수입쌀의 10∼30% 소비자 판매’ ‘의무수입물량 2배 증량’ 등을 내줘야 한다.

우리가 쌀 수출국에 양보해야 할 ‘수입쌀 소비자 판매’를 살펴보자.

당장 내년에 시중에 판매될 수입쌀은 2만2575t으로 전체 쌀 소비량의 0.58%이다. 우리가 쌀 시장 개방을 늦추는 대신 조그마한 양보를 한 것으로도 보인다.

과연 그럴까.

쌀 수출국들은 한국 소비자에게 자국 쌀의 맛과 브랜드를 직접 알릴 기회를 잡았다는 데 내심 기뻐할 것이다.

그동안 외국 쌀은 한국 쌀과 시장에서 소비자를 놓고 경쟁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정부가 농민 반발을 우려해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맞지 않는 ‘수입쌀의 시장 격리’ 방침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미국 일본 등에서 생산된 고품질 소량 포장의 쌀이 할인점에서 경기 이천미 등과 나란히 진열돼 팔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농민이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일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 쌀이 품질과 맛에서 외국 쌀을 이기지 못하면 점차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쌀 맛 비교 실험을 해 온 식품전문가 A 씨는 “(한국 쌀이 외국 쌀에 비해) 뒤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부 통상전문가들은 관세화를 10년간 추가 연장해도 ‘경쟁’이라는 자극이 없으면 한국 농업은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 농업정책의 초점을 농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맞춰야만 한국 농업의 활로도 열린다는 게 전문가들 대부분의 견해다.

할인점의 가장 좋은 진열대를 미국의 ‘칼로스’와 일본의 ‘고시히카리’에 내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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