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수출도 휘청… 경제 ‘내리막길’ 가파르다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07분


코멘트

한국 경제에 켜져 있는 ‘빨간불’이 한층 진해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세계경기 둔화, 중국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악재들이 한꺼번에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뚜렷해져 내년 한국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금리 인상 ‘메가톤급’ 악재 될까=중국의 전격적인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분야는 수출. 만약 금리가 오르면서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수요가 줄 경우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8.1%로 미국(17.6%)을 제치고 제1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을 통해 전체 무역흑자의 88%인 132억100만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추가 금리인상이나 위안화 절상 등의 추가 긴축조치에 나선다면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물론 중국이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중국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는 등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긴축은 한국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악재”라며 “한국의 경기침체가 심화돼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표상으로는 이미 경기하강 국면=통계청이 29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은 한국 경제가 이미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연속 하강곡선을 그렸다. 통상 이 지표가 6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경기하강 가능성에 대한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던 정부로서도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사라진 셈이다.

통계청 김민경(金民卿) 경제통계국장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점에 비춰 한국 경제가 경기하강 국면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다만 장기적인 추세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시계(視界) 제로’=중국의 금리 인상 외에도 악재는 많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증가율은 하락세로 돌아서 앞으로 세계경제가 둔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도 언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더욱이 내수의 축인 건설경기가 내년도에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민간소비 회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정부의 내년 5% 경제성장률 전망은 더욱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한국 경제가 여러 악재들에 노출된 데다가 정치적 요인 등 어수선한 국내 상황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며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