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도 모자라 원자재까지”… 기업 “공장 멈춰야 할판”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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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를 보면서 물건을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도권에서 페인트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요즘 공장을 계속 돌려야 하는지 고민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페인트 제조에 필요한 원료인 석유화학 제품이 덩달아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너와 합성수지 등의 가격이 올해 4월보다 30, 40% 정도 올랐다.

게다가 건설경기 침체로 페인트 수요마저 줄어들어 제품 값을 올리기도 어렵다.

국제유가의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철금속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연일 오르고 있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의 가격 상승은 경제 전체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오르는 현상)을 불러오고, 기업에는 원가 상승과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왜 오르나=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철강 비철금속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구리 선물 가격이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알루미늄 선물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대표적인 철강재인 열연코일의 경우 미국의 수입가격은 올해 초 330달러에서 현재 685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중국 등 세계적인 경기호황으로 인한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국제 투기수요까지 가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증권 김태경 연구위원은 “비철금속은 달러 약세와 저금리의 영향을 받은 국제 투기자본이 많이 사들이고 있고 철강재는 중국 등지에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긴축 정책을 선언했던 중국이 다시 원자재를 비축하고 있고 올해 초 원자재 파동을 겪었던 각국이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꾸준히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국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자재 대란 현실화하나=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원자재 대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상품 리서치 책임자인 마이클 루이스는 “많은 펀드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산업용 금속재를 사들이고 있다”며 “금속재 가격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에 나타났던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트라 멜버른 무역관은 세계 주요 원자재 공급국으로 철광석과 석탄 등을 한국에 공급하는 호주의 원자재 공급능력이 한계 상황에 이른 데다 노사분규 등 불안요인이 겹쳐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석유는 물론 알루미늄 니켈 구리 등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물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 △기업 채산성 악화 △중소기업 원자재난 가중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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