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연기금 주식 의결권 안준다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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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허용되더라도 주식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할 경우 정부가 연기금을 앞세워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과 재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또 자산 운용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국민연금기금의 기금운용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민간인으로 바꿔 국민연금 운용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5일 기획예산처와 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예산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당초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금관리 주체는 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주식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며 행사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주식 투자를 통해 대주주가 된 연기금이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고 이럴 경우 ‘관치’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기금관리 주체는 자산운용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자산 배분, 자산운용성과 평가, 자산운용 담당자의 행위준칙 등 자산운용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기금의 자산운용에 정부 각 부처가 부당하게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돼 기금의 자산운용은 전적으로 민간인이 절반 이상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은 현행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분리하고, 기금운용위원장을 복지부 장관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는 등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번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이르면 10일, 늦어도 23일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표결을 통해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야당의 우려를 반영해 개정안을 수정했지만 국회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산처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을 반대한다는 당론을 아직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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