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의무매입 내년부터 없애기로…쌀값 떨어질듯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31분


코멘트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추곡 수매제’가 내년부터 사실상 없어질 전망이다.

추곡 수매제가 폐지되면 그동안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된 수매가를 기준으로 형성되던 시중 쌀값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커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농림부는 3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앞두고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7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올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림부가 산정한 추곡수매 물량과 가격 등에 대해 매년 국회에서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회 동의 절차 때문에 의무적으로 추곡 수매를 해야 했던 정부가 추곡 수매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추곡 수매에 대한 국회 동의제는 1948년 처음 도입돼 20여년 운영되다가 1972년 폐지됐다. 그 후 1988년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서 다시 생겨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수매가 동의안을 통과시킬 때마다 농민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가 겹치면서 큰 마찰을 빚어왔다.

개정안은 또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쌀과 보리 등 양곡을 500만∼600만섬 정도 비축하는 ‘공공 비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시중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사들이는 추곡수매제와 달리 시중 가격을 기준으로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박해상(朴海相) 농림부 차관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농촌 지역 의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지만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농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시행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추곡 수매안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 폐지가 쌀 산업 붕괴를 초래한다”며 “지역별 규탄대회를 갖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