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들, 대화로 돌아가야 한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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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칼텍스정유가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회사 설립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서울과 인천 등 4개 도시의 지하철 노조도 오늘부터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파업에 따른 직접 손실도 문제지만 파급효과가 엄청난 에너지대란과 교통대란을 위기국면의 경제와 민생이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요구는 정당하다. 하지만 노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핵심 경제주체다. 그런 만큼 경제 사회적 부작용이 심대한 파업을 가급적 자제해 노사(勞使)와 경제를 함께 살리는 것이 바른 길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 노조의 지나친 요구 관철을 위한 파업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15일 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파업을 강행하는 데 대해 대다수 국민은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LG정유 노조는 임금 인상과 지역사회발전기금 조성,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조성과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간 교섭대상이 아니다. 임금 인상도 불법파업을 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고 보기 어렵다. LG정유는 노조측 자료로도 10년 근속 노조원의 연봉이 6000만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高)소득 직장이다.

지하철의 경우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과 인원 증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인건비 추가부담으로 적자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지자체들이 지하철 건설과 운영에 진 빚은 이미 13조원이 넘는다.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이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인상 요구와 강경일변도의 투쟁은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주요인이 된 지 오래다. 조직률이 12%에 불과한 노조가 경제의 사활(死活)을 쥐게 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제는 노조도 이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질 때가 됐다. 노조들은 연중 벌이는 강경투쟁이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빠뜨려 끝내는 근로자들도 그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큰 틀에서 인식하고 대화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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