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 광주로 일원화

  • 입력 2004년 7월 11일 17시 58분


지난달 29일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경북 구미의 통신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날 이 사업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피켓을 든 사람의 ‘1인 시위’가 있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가전 부문을 정비하면서 생긴 ‘마찰’의 한 장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고비용 문제로 전자레인지 국내 사업을 접은 데 이어 경기 수원에 있던 세탁기와 에어컨 공장을 하반기 광주로 몽땅 옮긴다. 7월부터 이미 광주공장 세탁기 생산 1개 라인이 시범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굳이 가전 공장을 광주로 옮기는 것은 비용 때문. 반도체나 액정화면 등에 비해 수익이 낮은 가전사업 부문에서 비용 절감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생활가전 부문은 다른 사업 부문과 달리 지난해에만 영업이익 기준으로 117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인원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자레인지 공장 직원 200명에 이어 세탁기 부문에서도 200명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로 옮겨가는 직원들은 근무지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모두 삼성전자를 퇴직하고 ‘삼성광주전자’에 재입사하는 형태다. 서류상으로 삼성전자의 백색가전은 모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되는 셈.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가전 분야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인력의 구조조정이 필수”라며 “삼성전자의 가전공장 이전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냉장고 및 청소기 사업장이 있는 광주공장에 세탁기와 에어컨이 합세함에 따라 부품 구매 비용이나 물류 비용 등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커지는 할인점이나 양판점의 ‘구매력’을 견제하기 위해 대리점 수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윤종용(尹鍾龍) 부회장은 생활가전 분야 혁신을 위해 올해 초부터 생활가전 총괄직을 겸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위원은 “광주에서 새로 인력을 채용해도 기존보다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전자 전체적으로는 연구원을 끌어들이기 좋은 수원 공장을 연구소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반도체나 휴대전화 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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