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30대 한국기업-환경 분야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19분


코멘트
《동아일보가 한국IBM BCS와 공동으로 선정한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의 5개 분야별 평가에서 환경 부문 1위는 LG전자가 차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에 돌아갔고 삼성SDI 한화석유화학 현대자동차가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환경 경영을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이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전 임직원이 환경 경영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공통적인 특징.》

LG전자 창원공장 제정곤 환경안전팀 부장은 이에 대해 “환경 경영을 제대로 하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기업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에어컨과 냉장고, 조리기기 등 백색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최근 공장용수의 사용시스템 혁신에 성공해 폐수량을 하루 1만2000t에서 5000t으로 줄였다. 폐수량이 줄면서 폐수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어들어 매년 3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회사가 환경경영을 수동적으로 인식, 폐수나 폐자재 처리에만 매달리면 비용이 들어가지만 전체 임직원이 발상을 전환해 오염원 자체를 줄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담당 직원만 환경 관리를 책임지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설계-구매-생산-판매의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LG전자에 환경 경영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김쌍수(金雙秀) 부회장은 창원공장 본부장을 맡고 있던 당시 유럽 미국 등 수출지역의 환경 규제가 거세지면서 환경 경영 없이는 생존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부회장은 각 공장장이나 임원들에게 “환경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라인을 세우고 환경안전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줘라. 환경안전팀의 요구를 무시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겠다”며 친(親)환경 경영을 선언했다.

그 뒤로 LG전자는 대기오염 측정치나 폐수오염도 등이 기준치를 초과할 때 공장라인을 세웠고 그때마다 조업은 일시 중단됐다. 이 때문에 환경을 잘못 관리하면 회사 전체에 엄청난 손해라는 인식이 생겨났고 전 임직원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한편 삼성전자는 환경 관련 특허의 연평균 획득건수가 전체 조사 참여기업의 평균(9건)보다 훨씬 많은 263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SDI는 지역사회에 대한 환경공헌 활동이 연평균 113건으로 전체 평균(38건)보다 3배가량 많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화석유화학은 전체 임직원에게 환경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었고, 현대차는 전기자동차 등 환경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제품 생산에만 적용하던 환경 경영의 범위를 확대해 폐기 처분된 제품을 회수, 재활용하고 있어 환경 경영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 선정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인 윤서성(尹瑞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기업들이 비록 느린 속도지만 이윤 극대화뿐 아니라 환경 경영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기사회생 기업들 ‘기염’

대우증권 11위-하이닉스 26위

동아일보가 한국IBM BCS와 공동으로 선정한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에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증권 등 경영 위기에 빠졌다가 ‘기사회생’한 기업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종합 순위 26위에 오른 하이닉스는 외환위기 이후 노사가 한마음으로 자구노력을 기울여 부활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

이 회사는 2000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뒤 2001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채권단 공동관리로 들어갔으나 탄탄한 노사 관계와 생산성 개선 노력 끝에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규 투자를 중단했지만 노후 장비를 이용해 개발비를 경쟁업체의 3분의 1로 줄인 하이닉스의 ‘칩 패밀리 프로젝트’는 경쟁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을 정도.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 데다 2000년 이후 최소 투자로 생산성을 개선하고 원가를 절감한 게 하이닉스 부활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닉스는 안정된 노사관계와 고객 만족 경영 등으로 고객 분야 14위, 직원 분야 18위에 올랐다.

한국의 대표적 증권사 중 하나인 대우증권은 종합 순위 11위를 차지했다. 대우증권은 1998년 대우 사태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는 시련을 겪었다.

또 대우그룹 계열사에 묶인 빚 때문에 2000년 1조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사옥과 국내외 부동산을 매각하고 1999년 3300명에 달하던 직원을 현재 2300명으로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회생의 실마리를 찾았다.

대우증권은 고객 신뢰 회복에 역점을 뒀다. ‘고객이 선택하는 회사’라는 비전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자산관리 상품이나 선박 등에 투자하는 펀드 등 신규 상품을 개발해 수익성도 한층 높였다. 대우증권은 이 같은 노력으로 2003년 132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올해 홍콩 금융전문지 아시아머니에 의해 ‘주식부문 한국 최우수 증권사’로 선정됐다.

직원 650여명이 참여하는 사내 봉사 동아리 10개가 활동하고 있는 대우증권은 사회 공헌 활동을 평가하는 사회 분야에서 4위에 올랐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